“‘분명 나라에 변고가 생겼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장차 후학들이 이걸 보고 뭘 배우겠습니까.’ 최근에 이 대사를 연기한 게 기억에 남네요. 드라마를 통해 지금 우리가 무엇을 반성하고 무엇에 대비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김상중)
오는 14일 밤 9시40분 KBS 1TV를 통해 첫 방송되는 광복 70주년 특별기획 대하드라마 ‘징비록’이 베일을 벗었다. 서애 류성룡(1542∼1607)의 동명저서를 바탕으로 임진왜란(1592∼1598) 전후 이야기를 담은 50부작 정통사극이다. ‘징비록(懲毖錄)’ 제목에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다가올 어려움을 대비하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류성룡은 영의정과 도체찰사를 겸직하며 임진왜란을 온몸으로 겪었다. 그리고 국가 위기관리의 노하우와 철학을 담아 이 책을 집필했다.
5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류성룡 역을 맡은 배우 김상중(50)은 “전작 ‘정도전’이 역사 속 인물을 새롭게 조명하고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한 만큼 이 작품에서도 오해하고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알리고 싶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마치자마자 쉴 틈 없이 ‘징비록’ 촬영에 몰두했을 만큼 작품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있었다. 그는 “내게 이 역할이 왔다는 것이 영광스러울 따름”이라며 “이런 인품을 가진 위인을 연기한다는 것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과 다짐하는 마음이 동시에 든다”고 표현했다.
“백성이 근본”이라고 주장하는 류성룡과 “정치는 세력”이라는 이산해, “왕이 곧 나라다”라며 선조를 보필하는 윤두수 등 정치관이 다른 대신 3인방이 극을 움직인다. 윤두수 역은 임동진(71)이, 류성룡을 돕는 이산해 역은 이재용(52)이 맡았다. 임동진은 목사로 활동하다 은퇴 후 10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와 기대감을 더한다.
또 파천(임금이 수도를 버린 것)했다는 이미지로 각인돼 있는 선조는 김태우(44)가 연기한다. 선조의 후궁으로 가장 사랑받았던 귀인 김씨 역에는 김혜은(42)이 출연한다.
이재용은 “오늘날의 현실도 총알이 날아다니지 않을 뿐 ‘난’이라는 생각”이라며 “현실 정치의 시스템이나 이에 관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드라마를 통해 볼 수 있을 거다. 현실 정치인이 꼭 봐야 할 드라마”라고 말했다.
김상휘 PD는 “지금껏 임진왜란을 다룬 콘텐츠가 많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다뤄보려 한다”며 “군사·정치·외교를 강조해 임진왜란 중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을 류성룡의 시선을 통해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류성룡의 시각에서 임진왜란 재조명… KBS 1TV 50부작 대하드라마 ‘징비록’
입력 2015-02-06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