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美, ‘힘의 외교’ 지지… 전략 변하나

입력 2015-02-06 02:32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가 4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주최로 열린 인준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는 미 정부의 대외 정책에 대한 매파들의 불만과 비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4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기존 입장과 달리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국제 분쟁과 테러 현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를 꺼려온 미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사태의 군사적 개입과 이슬람국가(IS) 테러 퇴치를 위한 지상군 투입 요청 등을 거부해 왔다. 군사적 개입 확대가 자국 병사들의 희생을 키우고, 사태 조기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미국의 힘을 위축시키고 반인륜 범죄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을 불렀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카터는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이 자신들을 방어할 수 있게 우리가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전적으로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대통령을 대할 것”이라고 말해 내각에서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의원들은 환호했다.

카터 지명자는 이날 ‘상황이 악화되면’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수 일정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이 또한 백악관이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는 또 인권 침해로 논란이 돼 온 관타나모 수용소를 이른 시일 내 폐쇄하라는 백악관의 압력에 굴하지 말라는 의원들에 요청에 “나의 책임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카터 지명자의 발언을 당장 미 정부 대외 정책의 변화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당장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그런 결정은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내릴 수 있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과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등 오바마의 핵심 참모들은 각각 러시아의 반발과 이란 핵 협상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감안해 우크라이나와 IS 테러 대책으로 군사적 개입을 강화하는 방안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재평가를 진행 중이며, 조 바이든 부통령이 이번주 중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을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이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방어용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 내부에서 미묘한 변화 기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카터 지명자의 발언이 청문회용 립서비스에 그칠지, 대외 정책 변화를 타진하기 위한 애드벌룬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정책 변화의 압력을 의식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