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성] 성경 원문 현대언어로 의역… 생생한 의미 전달

입력 2015-02-07 02:14
메시지는 ‘읽는 성경’이다. 그렇다고 주석 성경을 대체하는 게 아니다. 성경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성경을 읽게 해주고, 성경에 관심을 잃은 지 오래된 사람들에게 성경을 다시 읽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일상을 살기 위해 읽으라. 읽으면서 ‘하나님, 말씀하신 대로 내게 이뤄지기를 원합니다’라고 기도하라”고 권면한다.

이 책은 유진 피터슨 목사(사진)의 ‘메시지(The Message)’ 공식 한국어판 마지막 시리즈다. 미국에서 1993년 ‘신약’ 편 첫 출간 이래 2002년 7월 신구약 완역본이 나왔다. 영미권에서만 1000만 독자들이 메시지를 읽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상의 언어로 쓰여진 성경 옆의 성경’을 부제로 2009년 ‘신약’ 편을 시작으로 ‘구약 모세오경’ ‘구약 역사서’ ‘구약 예언서’가 잇따라 나왔다.

메시지는 35년을 목회자로 살아온 저자가 성경 원문의 의미를 좀 더 생명력 있고 인상 깊게 전하려고 오늘의 언어로 의역(paraphrase)한 책이다. 1980년대 초 저자는 교인들과 성경을 공부하며 성경 원문의 생생한 의미를 전달해줄 방법을 고민했고, 갈라디아서를 오늘의 일상언어로 번역해 교인들과 함께 읽었다. 이를 계기로 교인들이 성경에 눈을 뜨게 됐고, 메시지 작업의 기초가 됐다.

시가서 편에서는 욥기, 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를 읽을 수 있다. 숭실대 기독교학과 김회권 교수는 감수의 글에서 “시가서는 ‘메시지’ 성경의 백미”라고 밝혔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로 “구약성경의 히브리어 원문이 갖는 논리적, 서사적 역동성이 잘 부각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자네들 말은 이제 물릴 만큼 들었네. 그것도 위로라고 하는 건가? 그 장황한 연설은 끝도 없는가? 무슨 문제가 있기에 그렇게 계속 지껄이는가? 자네들이 내 처지라면 나도 자네들처럼 말할 수 있겠지. 끔찍한 장광설을 그러모아 지겹도록 들려줄 수 있을 걸세. 하지만 난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격려하고 위로하고 안심시키는 말을 할 걸세. 복장 터지게 하는 말이 아니라!”(욥 16:1∼5) 이 말씀처럼 빈정대며 충고하는 세 친구를 향해 욥 스스로 변호하는 장면을 실감나게, 때론 속 시원하게 읽을 수 있다.

김 교수는 또한 “구약성경의 하나님은 인간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말을 듣고 수용하며 이해하시는 하나님임을 이 책은 잘 드러내 준다”고도 했다. 결론적으로 “가장 최신판 한국어 문체의 옷을 입고 나타나신 하나님, 한국인의 폐부와 심장에 웅성거리는 의심과 불평, 항변과 문제제기를 곁에서 경청하시는 하나님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