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드디어 해적선 탄다

입력 2015-02-06 02:09

“굿바이 넥센 히어로즈. 빅 리그에서 꼭 성공해서 돌아올께.”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어리츠·사진)가 정들었던 넥센과 ‘진짜’ 작별했다. 강정호는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스타디움 스프링캠프에서 친정 팀인 넥센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훈련을 소화했다. 강정호는 지난달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했지만 미국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인 옛 동료들과 함께 땀방울을 흘렸다. 이전 등번호 16번이 달린 넥센 유니폼과 스프링캠프용 모자도 착용하고 지난해까지 함께 뛰었던 동료들과 똑같은 스케줄로 훈련했다. “무한 애프터서비스”라며 반갑게 그를 받아들인 염경엽 감독은 직접 2루 수비를 지도하기도 했다.

넥센 선수들은 스프링캠프장에서 강정호를 위한 송별회를 열었다. 문우람(23)과 한현희(22), 하영민(20) 등 후배들은 강정호 응원가를 불렀다. 문성현(24)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축하하기 위해 강정호의 피츠버그 등번호인 27번 모양의 초가 꽂혀있는 케이크를 가져왔다. 문성현이 “강정호에게 넥센은 어떤 의미인가”묻자 강정호는 “이제는 가족 같은 존재다. 떠나게 돼서 아쉽다”고 답했다. 문성현은 케이크 생크림을 강정호의 얼굴에 묻히며 선배의 성공을 바랐다. 동료들은 먼 이국에서 외로운 생활을 해야 하는 강정호를 위해 돈을 모아 비디오 게임기를 선물했다. 주장 이택근(35)은 “강정호가 빠른 시간 내에 우리 팀으로 돌아온다면 그건 좋지 않은 일”이라며 “나중에 정말 잘 돼서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옛 동료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캠프를 떠났다.

강정호는 이번 주 중으로 캐나다로 이동해 비자를 발급 받고 피츠버그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플로리다로 넘어갈 계획이다.

강정호의 빅 리그 생존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피츠버그에는 유격수 자리에 이미 조디 머서(29)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 2루수 자리도 닐 워커(30)와 경합을 벌여야 한다. 3루수는 조시 해리슨(28)이 버티고 있다. 피츠버그는 최근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내야수 스티브 롬바르도치(27)를 데려왔다. 그만큼 주전 자리를 꿰차기 위해 피 말리는 경쟁을 해야 한다.

MLB닷컴은 강정호의 올해 성적을 타율 0.266(365타수 97안타) 12홈런 45타점 5도루로 예상했다. 풀게임을 소화할 경우 타수가 500개 이상이 되는 만큼 365개 타수는 강정호가 조디 머서와 유격수 자리를 나눠 맡으며 한 시즌을 보낸다는 의미다.

MLB닷컴 칼럼리스트 버니 플레스코프는 피츠버그 유망주 명단에 강정호의 이름을 올려놓고 “강정호가 계약은 유격수로 했지만 유격수, 2루수 혹은 3루수 등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