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의 시민운동, 또 다른 장화식 없는지 경계를

입력 2015-02-06 02:14 수정 2015-02-06 07:19
10년 이상 론스타의 저격수를 자처했던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가 2011년 론스타로부터 8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이후에도 시민단체 대표로 버젓이 활동해 왔다. 검찰 수사 결과 장씨는 ‘회유’나 ‘압박’을 받고 돈을 받은 게 아니라 ‘외환은행 주가조작 사건’으로 재판받던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 먼저 거액을 요구해 받아낸 후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선처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장씨는 외환카드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2004년 8월 자본 감시를 명분으로 센터 설립을 주도했다. 자본과 권력을 감시하겠다고 나선 시민단체의 대표가 감시 대상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센터 측은 4일 긴급회의를 갖고 장 대표 파면을 결정했다. 그렇지만 다른 시민단체들은 유력한 시민단체 대표의 독직행위가 시민단체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간에도 시민단체의 도덕성 문제는 간간이 제기돼 왔지만 알 만한 단체의 대표가 뇌물을 받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시민단체에 도덕성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데도 시민단체 금품 관련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시민단체에 들어온 후원금이나 기부금을 유용하다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가 가장 많다. 비리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감시 대상인 대기업으로부터 협찬을 받는 것도 문제다. 3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은 재작년 자체 행사를 벌이며 감시 대상 기업으로부터 6000여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이해관계가 걸린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으면 시민단체의 생명인 자주성과 신뢰가 흔들린다.

우리나라 시민단체들의 근본적 문제는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고 부를 정도로 회원 가입과 회비 징수가 저조하다는 점이다. 극소수 단체를 제외하고는 활동가들의 급여를 제대로 지급할 수 없고, 그러다보니 수뇌부도 활동가들의 크고 작은 일탈을 효율적으로 제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는 법이다. 시민운동 진영은 장씨의 배임수재를 돌출적 개인 비리만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영향력이 커지면 이익단체와 다름없이 행동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시민단체들은 이념적 편향도 강해서 극좌나 극우 성향으로 양극화돼 있다. 그 때문에 시민들이 참여를 꺼리게 되는 측면도 있는 만큼 이념적으로 보다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사건이 시민단체들이 위축되는 빌미가 돼서는 곤란하다. 시민들은 일부 시민단체의 비리를 감시하고 비판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 참여와 후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시민들이 많이 참여해야 시민단체의 부패를 막고, 민주주의의 작동원리인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