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란법 취지는 청탁·뇌물없는 공직사회 구축인데

입력 2015-02-06 02:10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의 국회 처리 과정이 순탄치 않다. 김영란법은 지난달 8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최대 쟁점인 법 적용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맞서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위헌 법안이나 엉터리법, 결함 있는 법이 생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법사위의 책무로 그 임무를 충실히 하겠다”며 수정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함으로써 정무위 원안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은 한 번에 100만원 넘게 받거나 모두 합쳐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해 받으면 직무 관련성과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법 적용 대상이 당초 공직자에서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까지로 확대됐고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 처벌되는 가족까지 합치면 최대 1800만명으로 크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러다보니 법의 규범력과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형벌의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과잉입법 논란이 제기됐다. 가족들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연좌제 금지 원칙에 반하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적지않다.

반면 정무위 원안 통과를 요구하는 측은 법 기술적인 문제로 취지가 훼손되거나 제정이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제정의 당위성과 국민적 공감대를 볼 때 가능한 한 원안대로 통과되는 것이 물론 바람직하다. 그러나 역기능에 대한 보완작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처벌 유형을 구체화하고 적용 기준을 세분화해 법체계에 맞는 장치를 만들어야 된다. 오히려 그것이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들겠다는 이 법의 당초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야는 최소의 부작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겠다. 분명한 것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