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창신동의 주택가 봉제공장. 1970년 서울 평화시장의 재단사 ‘전태일의 분신’ 이후 평화시장 봉제공장들이 이곳으로 대거 이전해오면서 형성됐다. 지금도 6000개가량의 크고 작은 공장들이 모여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엄상빈(61)씨가 40여년의 시간이 그대로 봉합된 듯한 이곳을 카메라에 담아 사진집 ‘창신동 이야기’(눈빛)를 5일 냈다. 가파른 언덕과 계단, 길거리 곳곳에 나붙은 ‘시다 구함’ ‘객공 구함’ 등의 구인 쪽지,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지하 공간의 공장들, 원단을 감았던 봉을 주워가는 할머니…. 그는 사진을 찍기 위해 3년간을 이곳에서 보냈다. 속살까지 들여다보기 위해 이곳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봉제공장 사장, 한국인 근로자, 중국 및 네팔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40여명을 만나 그들이 봉제와 더불어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가 찍은 창신동 모습은 기교를 부리지 않았기에 우리의 눈을 더 의심케 한다. 도무지 2010년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열악한 작업 환경이다.
인터뷰에는 작가가 직접 골라낸 창신동 사람들의 일상 사진이 함께 실려 있다. 15세에 상경해 보조, 재단보조, 재단사를 거치며 남방셔츠 만드는 기술을 익혔고 지금은 남방셔츠 공장을 운영하는 공장주의 인터뷰에는 그가 에버랜드에 놀러갔다 아들을 안고 포즈를 취한 사진이 실렸다.
그래서 이 책은 한 작가의 사진집을 넘어 ‘민속지적 기록’으로 그 의의가 확장된다. 책 제목과 같은 이름의 전시가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스페이스22’에서 17일까지 열린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카메라에 담은 창신동 봉제공장 이야기
입력 2015-02-06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