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던 유남규 대표팀 감독은 의외의 결과에 어쩔 줄 몰랐다.
하지만 뜻밖의 선수가 관중석을 술렁이게 했다. 세계랭킹 147위에 불과한 고교 1년생 조승민(대전동산고·사진)이 1회전에서 일본의 니와 코키(세계랭킹 14위)를 풀세트 끝에 잡았다. 조승민은 32강전에서도 브라질의 에이스 휴고 칼데라노(세계랭킹 78위)를 4대3으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한국 탁구계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승민(삼성생명 코치)이 은퇴하니 또 다른 ‘승민’이 등장했다고 반겼다. 조승민은 유남규 감독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눈독 들인 ‘탁구신동’이었다. 6세 때부터 아마추어 탁구 고수인 아버지(조용운)를 따라 탁구장에 들락거렸던 조승민은 장충초 2년 때부터 본격적인 선수생활에 돌입했다. 2년 뒤에는 아버지도 이겼다. 또래간 대결에서 늘 선두를 차지하며 미래 한국탁구의 기대주로 각광을 받았다. 지난 해 12월 상하이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는 김민혁(창원남산고3)과 함께 복식 준우승과 단체 동메달을 일궈냈다. 최강 중국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쟁취한 값진 성과였다. 이어 실업팀 선배들과 함께 겨룬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단식 4강에 올라 국내 정상이 멀지 않음을 예고했다.
왼손 셰이크핸드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그는 5일 “서비스가 좋고 포핸드 공격에 강점이 있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하지만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유남규 감독은 “백핸드 미스가 많고 백핸드 공방에서 자주 밀린다”고 지적한다.
유 감독은 “승민이 정도의 선수라면 또래 선수들에게 결코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선배선수들을 분석하면서 앞서가야 한다”면서 “O자형 다리 때문에 떨어지는 순발력 보완도 숙제”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또래 어떤 선수에게도 자신감이 있다”며 “정신력에 관한 한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며 말했다. 유승민 코치를 좋아하고 닮고 싶다는 조승민은 “유 코치님의 강력한 스매싱을 정말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 들어 태극마크를 처음으로 달면서 새로운 탁구 인생을 시작했다. 지난 달 21일부터 충북 단양체육관에서 열린 2015 국가상비군 최종 선발전에서 그는 23명이 풀 리그를 펼친 끝에 14승8패로 최종 11명 안에 들었다. 앞으로 최종 평가전에서 5명 안에 들어야 오는 4월 중국 쑤저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어 고비가 한 번 더 남았다.
‘승리가 습관이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는 조승민은 20대 초반이 되는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에 앞서 올해는 자신과 1승1패의 호각세를 이룬 중국의 차세대 기수 유지양(세계랭킹 20위)을 다시 꺾는 게 목표다. 그는 스스로의 다짐대로 “매일 만족할 때까지 운동하면 못 이룰 것이 없다”며 오늘도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2015 스타 예감] (7) 고교생 최연소 탁구 국가대표 상비군 조승민
입력 2015-02-06 02:06 수정 2015-02-06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