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하는 오늘은 일본 유학생이던 한국인 고(故) 이수현씨가 철길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다가 숨진 지 14년 되는 날입니다.”
지난달 26일 인터넷 유튜브 방송 ‘노리코에넷’을 진행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는 2001년 1월 26일 신오쿠보역 철길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다 사망한 이씨를 소개하며 방송을 시작했다. 노리코에넷이란 이름은 ‘넘어섬’을 뜻하는 일본어 ‘노리코에’에서 따왔다.
노리코에넷은 ‘헤이트 스피치’(증오 연설)와 인종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시민단체이자 인터넷 방송의 이름이다. 재일교포 3세 신숙옥 인재육성기술연구소장이 주도해 2013년 9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등 일본 지성인들이 참여한다.
혐한 기류가 거세지자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노리코에넷은 매주 인터넷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혐한 시위 및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노 헤이트(no hate) 도쿄 대행진’을 2년째 이끌고 있다. 재특회 등 극우 단체가 시내 곳곳에 써둔 혐한 낙서를 지우는 행사도 열었다.
일반 시민들도 인종차별 시위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지난해 7월 오사카에서 열린 ‘반(反)혐한’ 시위에 2000여명이 참가해 “국가·민족 등 태어날 때부터 가진 속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기도 했다.
일본 출판인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배외주의와 헤이트 스피치에 가담하지 않는 출판 관계자 모임’은 혐한·혐중(嫌中) 기류를 우려하면서 인종차별을 유발하는 서적의 위험성을 홍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 민주당 아리타 요시후(有田芳生) 참의원, 모로오카 야스코(師岡康子) 변호사 등 4명은 혐한 시위에 관해 쓴 글을 엮어 ‘헤이트 스피치를 허락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책을 내기도 했다. 아사히신문 같은 언론 매체는 “정치권부터 국내외에 혐한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쿄도의 구니타치(國立) 시의회를 비롯해 일본 지방의회 23곳이 차별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채택하기도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한·일 국교정상화 50년] “헤이트 스피치 안돼요”… 고개 드는 일본 내 자성 목소리
입력 2015-02-06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