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젊은 리더

입력 2015-02-06 02:10

늙은 유럽에서 젊은 정치 리더들의 바람이 거세다. 지난달 25일 그리스 총선에서 승리한 알렉시스 치르라스 총리는 41세다. 150년 그리스 현대정치 사상 최연소 총리다. 지난해 1월 창당해 1970년 프랑코 체제 이후의 양당제를 단칼에 동강낸 스페인 좌파 정당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는 37세다. 올 12월 선거에서 집권 가능성이 높다. 마테오 렌치는 39세이던 지난해 이탈리아 총리에 올랐다. 주로 반(反)긴축과 반(反)부패를 내걸고 반(反)독일에 좌파 성향을 가진 남유럽의 리더들이다.

지구에서 가장 잘사는 베네룩스 3국에도 비슷한 흐름이 있다. 39세에 총리직을 거머쥔 벨기에의 샤를 미셀(40)과 룩셈부르크의 사비에르 베텔(42),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48)도 젊은 리더들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49)도 44세 때 집권했다. 좌파든 우파든 40대 총리 등장은 ‘무조건 바꾸자’는 바람의 결과다. 특히 남유럽은 공직 부패와 정치권 무능에 대한 반감, 상대적인 경제적 박탈감이 유권자들을 뒤흔들어놓았다.

정치·사회 문화와 선거제도가 다르긴 하지만 우리는 좀 늙었다. 유신 이후 전두환 대통령이 유일하게 49세(이하 취임 기준) 때 쿠데타로 집권했고, 노태우 대통령은 56세 때다. 둘은 1930년대생이다. 1920년대생인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66, 71세에 청와대에 들어갔다. 이후 1940년대생으로 노무현(57세)·이명박(67세) 대통령이 차례로 정상에 올랐다. 그 다음 권력은 1950년대생으로 넘어온다. 지난 2일 63세 생일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은 61세에 취임했다.

공교롭게 역대 대통령들은 태어난 해 10년 단위로 두 사람씩 나왔다. 이 순서에 맞춰 2017년 선거에서 50년대생이 한 번 더 나올지, 아니면 남유럽과 비슷한 변화 욕구와 경제적 박탈감·분노로 인해 60년대생으로 뛰어넘을지 자못 흥미롭다. 다음 대선은 50년대와 60년대생 후보들의 한판 승부가 될 것 같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