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네덜란드 화가가 그린 조선 어부

입력 2015-02-06 02:10
조선 어부 정밀화.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1827년 조선 어부를 그린 정밀화는 세월을 잊게 해준다. 탕건과 한복 자락은 옛 의관이지만 눈 코 귀 입은 요즘 사람 그대로이다. 옆모습 어디에서도 188년의 시차를 찾을 수 없다. 코밑과 턱에 난 여러 가닥 수염은 올마다 방향이 다르다. 단정히 빗어 올린 머리는 깔끔한 성품을 드러낸다. 험한 뱃일과 세파에 시달려온 어부의 얼굴에서 의지와 여유가 함께 나온다. 순조 27년에 남해에서 돛배를 몰던 어부는 한문도 익혔던 세련된 인물이기도 했다.

네덜란드인 화가 카를 위베르 드 빌네브가 일본 나가사키에서 그린 정밀화이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표류해온 조선 어부라고 한다. 지볼트의 책 ‘일본’에 이 어부가 타고 온 돛배가 실렸다. 하지만 증기선이 출현한 이후 급속히 사라져서 지금까지 보존해온 조선의 돛배는 없다.

작년 10월 충남 태안의 마도해역에서 갯벌에 묻힌 조선시대 돛배를 처음 발견했다. 소재구 해양문화재연구소장은 “당시는 지금처럼 화물선 여객선 등 용도에 따라 배 모양이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지볼트의 ‘일본’에 나온 배 그림을 주목한다. 올해 마도 4호선으로 부르는 침몰선 내부를 조사한 다음 내년쯤 들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한다. 이 그림은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해상교류를 통해 본 서남해 지역의 바닷길 특별전’에서 22일까지 볼 수 있다.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