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자국민에게 경제적 피해가 생길 수 있는 사태가 벌어지면 직접적인 무력공격이 없더라도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4일 보도했다.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국인 국가안보국은 최근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이 예측되지 않더라도 ‘국민에게 경제적 피해가 생길지 모르는 사태’로 판단되면 자위대가 무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을 올해 안에 재·개정 추진 중인 안보 관련법안에 담기로 했다.
현행법에서는 ‘일본에 대한 공격이 발생하거나 위험이 임박한 무력공격 사태’에서만 자위대가 무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국가안보국이 마련한 방침대로 법안이 재·개정될 경우 다른 나라에 분쟁이 생겨 일본의 원유 수입에 차질이 빚어져 경제적 손실이 예상될 때에도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지난해 7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국가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 권리가 근저에서부터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으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신문은 국가안보국 방침이 이 각의 결정을 최대한 폭넓게 해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상의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당장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이 같은 방안에 반대하고 있고 집권 자민당 내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자민·공명당은 오는 13일 집단 자위권 법제화 협의를 시작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후나다 하지메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과 만나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내년 여름 이후에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NHK가 전했다. 후나다 본부장은 “아베 총리에게 ‘국회에서의 논의 진전 상황을 생각하면 개헌 국민투표는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후가 될 것 같다’는 견해를 표명했더니 아베 총리가 ‘그것이 상식일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은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 전에 여당 내에서 개헌안을 마련한 후 선거 후 가을 임시국회에서 개헌안을 발의하는 일정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아베 총리의 일본의 전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국회 발언도 논란이 됐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호소노 고시 민주당 의원의 “전쟁에 관해 일본이 국책(국가의 정책)을 그르쳤다는 것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각자의 판단이라는 것이 있다”며 “일본만이 아니라 세계를 같이 내려다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애매한 대답을 내놨다. 호소노 의원이 재차 질의하자 “일본인이 목숨을 잃고 괴로움을 겪은 것에 관해 정치 지도자, 전쟁 지도자에게 큰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끝내 일본이 주변국에 끼친 피해에 대한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2013년 야스쿠니 신사 참배 당시에도 자신의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 대답을 회피한 바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日 경제적 피해에도 집단자위권 행사”
입력 2015-02-05 0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