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복지·증세 논쟁이 둑 터진 봇물처럼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뒤 새정치민주연합이 적극 가세하면서 불이 붙은 양상이다. 여야는 일단 정부 정책기조를 비판하는 데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각각 ‘무상복지 재검토’(새누리당), ‘법인세 인상’(새정치연합)이라는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4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의제는 단연 복지와 증세였다. 김 대표는 “정치권에서 복지 논쟁이 한창인데, 참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본격적 복지시대에 진입하는 이 시점에 실패한 일본·유럽 정책을 답습할지, 우리 실정에 맞는 새로운 복지정책을 구상해 실현할지 더 치열한 토론을 벌여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은 데 이어 재차 공론화에 나선 것이다.
이어 중진의원들이 한마디씩 보탰다. 이재오 의원은 “증세를 인정하고 복지에 손대야지, 서민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데 증세 없다고 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심재철 의원은 “이미 국민들은 정부가 꼼수 증세를 한다는 것을 꿰뚫어보고 있다”며 “소득세, 법인세 등을 올릴 수 있는지 검토하고 동시에 무상복지에서 줄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철저히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무상급식, 무상보육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되는 시점”이라고 했다. 당내 무상급식·무상보육 태스크포스(TF) 팀장이기도 한 원 정책위의장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당정청이 충분히 논의하고 야당과 협의해서 이 문제를 새롭게 다룰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새누리당은 무상복지에서 선별적 복지로의 전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복지 예산의 용처를 전면적으로 점검해 중복되거나 비효율적인 지출을 없애고, 그러고도 방법이 없으면 국민의 뜻을 물어 증세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새 원내지도부는 당내에 세금·복지 등을 다룰 전담 기구를 설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박근혜정부의 정책과 일부 노선을 달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새정치연합은 복지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부자감세’를 먼저 철회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부자감세의 상징은 이명박정부 때 단행된 법인세 인하다. 우윤근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법인세율 정상화, 대기업 위주 법인세 감면제도 정비 등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 원내대표는 복지와 세금 부담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룰 기구로 ‘범국민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는데 협상 파트너인 유 원내대표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유 원내대표는 “당내에서도 의견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고, 여야 간 의견이 엇갈려 있는데 불쑥 특위부터 하는 게 맞는 건지…”라고 말을 아꼈다.
집권 여당에서 정부를 겨냥해 “증세 없다고 발뺌하지 말고 국민 앞에 솔직하게 털어놓고 해법을 찾아보자”고 나선 만큼 여야 간 대화 테이블은 마련됐다. 다만 결과적으로 세금을 올릴 것인가, 복지를 줄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여서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관계자는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여야가 표심을 의식해 논의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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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05 02:31 수정 2015-02-05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