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은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비박(비박근혜) 지도부의 쓴소리에 겉으로는 공식 반응을 최대한 자제했다. 당청 지지율이 동반하락하고 있는 만큼 일단 정면충돌은 피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박 진영의 박근혜정부 정책기조에 대한 잇따른 비판에는 부글부글 끓는 속내는 감추지 못하고 있다.
친박 핵심인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불참했다. 즉각 당내에서는 “신임 지도부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회의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취임 후 처음 참석한 공식 회의였다. 서 최고위원 측은 그러나 “지역구에 행사가 예정돼 있어서 불가피하게 참석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 친박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언론이 구도를 짜서 계파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칠 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친박 의원들은 전날 서 최고위원 주선으로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저녁자리를 가졌다. 모임에는 유기준 윤상현 노철래 함진규 등 친박 의원 6∼7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민감한 현안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한 의원은 “오래전에 잡은 약속이었다”며 “2월 국회가 시작됐으니 상임위 활동을 열심히 해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드리자는 정도의 대화가 오갔다”고 했다.
신임 지도부가 박근혜정부의 복지기조 궤도수정을 공식 요구하는 상황에서 친박 의원들이 반박에 나설 경우 계파갈등이 촉발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관전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수면 아래서는 노골적인 불만이 가득했다. 한 친박 중진은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여당이 뒷받침하고 야당을 막아줘야지, 대통령을 공격하고 비난하면 되느냐”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여당 원내대표가 지난 2년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유 원내대표가 원내수석부대표에 친이(친이명박) 핵심인 조해진 의원을 내정한 것도 친박을 자극하는 요소다. 조 의원 임명으로 핵심 당직은 모두 비박 인사로 채워졌고, 친박의 소외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K·Y(김무성·유승민) 라인’이 사안마다 청와대와 각을 세울 경우 언제든 ‘화약고’가 터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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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05 02:33 수정 2015-02-05 0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