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을 헐값 인수한 미국계 자본 ‘론스타’를 단죄해야 한다며 10여년 동안 적극적으로 활동한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52) 공동대표가 뒤로 론스타 돈 7억∼8억원을 뜯어냈다가 검찰에 체포됐다. 장 대표는 협박성 발언과 함께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돈을 받은 직후 법정구속돼 있던 유회원(65)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처벌 불원 탄원서를 써주는 이율배반적인 행태까지 보였다. 장 대표가 소속된 시민단체도 투기자본을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정작 투기자본을 이용해 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장 대표를 배임수재 혐의로 3일 오후 자택에서 체포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은 앞서 당일 오전 유 전 대표도 체포해 조사한 뒤 4일 석방했다. 유 전 대표는 돈 전달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장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장 대표가 뒷돈을 받은 시기는 유 전 대표가 거듭된 재판 끝에 2011년 파기환송심에서 법정구속된 직후로 파악됐다. 검찰은 장 대표가 감옥에 있던 유 전 대표를 대리한 측근들과 접촉해 ‘돈을 주지 않으면 계속 문제 삼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금품을 요구한 정황을 확보했다.
유 전 대표는 2003년 11월 론스타 임원진과 공모해 외환카드 허위 감자설을 유포하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유죄 선고 뒤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사건이 파기환송됐다. 서울고법은 2011년 7월 유 전 대표를 법정구속했고 같은 해 10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장 대표는 당초 유 전 대표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하다가 7억∼8억원을 받아낸 뒤 입장을 정반대로 바꿨다고 검찰은 전했다. 장 대표는 법원에 ‘론스타 사태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론스타 자본 전체의 문제다. 유 전 대표에 대한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에 앞선 2011년 6월에는 “유회원 등에게 법정최고형을 판결할 것을 법원에 촉구한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었다. 검찰 관계자는 “금품수수 이후 론스타 관련 민사소송은 계속 진행됐지만, 유 전 대표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 주장은 싹 사라졌다”며 “사실상의 배신행위”라고 전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004년 8월 창립 이래 줄곧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적법성을 문제 삼았다. 4일 오전 11시에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론스타 잔재 청산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체포 소식에 급히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대신 장 대표 파면 결정과 함께 대국민 사과 성명을 냈다.
장 대표는 1997∼98년 외환카드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2001년 재보궐 선거 때 민주노동당 후보로 서울 동대문에 출마하기도 했다. 이후 전국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을 거쳤고, 2004년 외환카드에서 해고됐다. 2005년부터 투기자본감시센터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1월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추진위원회에서 전문가 출신 추진위원을 맡기도 했다. 검찰은 5일 장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그는 “해고기간 동안 발생한 임금에 대한 보상금”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론스타 저격수가 론스타 돈 받았다… 앞에선 정의, 뒤에선 뒷돈 시민단체 대표의 ‘두 얼굴’
입력 2015-02-05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