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정협(24·상주 상무)을 발굴해 한국 축구를 세계 랭킹 30위권으로 올려놓겠습니다.”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으로 선전한 축구 대표팀 사령탑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의 눈은 이미 다음 말 열리는 A매치 평가전으로 향해 있었다. 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인터뷰를 가진 슈틸리케 감독은 향후 계획에 대해 “우선 당장 3월에 열리는 친선전을 목표로 선수들을 훈련시키겠다”면서 “그 기간 동안 K리그 경기가 많지는 않겠지만 열심히 돌아다녀 제2의 이정협을 찾겠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은 모든 지도자가 함께 하고 싶어하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그는 “이정협은 항상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 지 충분히 이해하고 감독이 요구하는 것을 충분히 경기에서 발휘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선수”라며 “다행인 점은 우리 대표팀 선수 23명 모두가 이런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과 같은 흙 속의 진주가 여러 명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말 아시안컵을 앞두고 가진 제주 전지훈련에서 유심히 지켜본 선수가 두 세 명 정도 있다”며 “이름을 밝힐 경우 선수들이 상당한 부담을 가질 것이 우려돼 추후에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임기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다. 그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가진 궁극적인 목표로 “한국 축구를 세계랭킹 30위권으로 올려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5연승을 했기 때문에 50위권으로 진입할 것”이라며 “그래도 만족해선 안 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30위권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0위권 진입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주에서 선수들을 지켜본 결과 규율이 잘 잡혀있고, 하려는 의지도 강해 정신적인 부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여기에 덧붙여 공을 가지고 있을 때 좀 더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어 내면 30위권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이 ‘마지막 패스의 정교함’을 더 가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좋은 경기력과 확실한 득점을 하기 위해선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릴 때 문전 쇄도하는 선수의 머리에 정확하게 보낼 수 있는 패스가 필요하다”면서 “구단에서 선수들에게 이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은 4강 신화를 이룬 2002년 한·일 월드컵 직후 FIFA 랭킹이 20위까지 올라갔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해 11월 역대 최저인 69위까지 순위가 떨어진 뒤 석 달 연속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끝으로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바랐다. 지난해 10월 상주와 서울 FC의 FA컵 준결승을 보러갔을 때 관중이 수백 명에 불과했던 것이 큰 충격이었다고 했다. 그는 “TV에서 축구 경기를 중계하다가 도중에 끊어지는 불상사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국민들이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정치나 경제가 아닌 축구를 이야기하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6일부터 휴가를 떠난다. 귀국일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3월 7일 K리그 클래식 개막 전에는 돌아올 예정이다. 그는 스페인과 독일 등 유럽에서 휴가를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인터뷰] 슈틸리케 감독 “제2 이정협 발굴… 세계 30위권 올려놓겠다”
입력 2015-02-05 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