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개인의 심미주의가 현실의 삶과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는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비범하고 또 중요하다. 가능할 것이냐는 나중 문제다. “뜬 구름 잡는 얘기”라는 비아냥도 잠시 미뤄두자. 분명한 것은 그것이 새로운 질문이고, 해볼만한 질문이며, 어쩌면 좋은 질문이라는 것이다.
인문학자 문광훈(충북대 독문과 교수)은 심미적인 것을 “미와 추, 선과 악, 진실과 거짓, 정의와 부정의 등에 대한 분별력을 구성하는 감수성과 논리”로 정의하면서, 심미주의가 왜 오늘날 긴급한 요청이 되는지, 왜 예술 경험이 개인의 각성과 사회적 합리화를 동시에 실현하는 데 불가결한 것인지를 펼쳐 보인다.
“현실에의 전면적 응전 방식을 어떻게 고안해내느냐가 내 학문적 탐색의 주된 목표라면, 내가 선택한, 유효한 동시에 절실하다고 여긴 하나의 방식은 바로 심미적인 것이다.”
그는 미에 대한 탐구는 필요하며, 심미적인 것의 가능성은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그 유명한 구절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의 현대적 재구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미학이, 예술체험이, 그리고 심미적 경험이, 그리고 심미적 경험을 통한 예술교육이 삶의 갱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아니 단순히 주요 역할을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될 필요불가결한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예술만이 기존현실에는 없는 다른 현실을-보다 참되고 보다 선하며 보다 아름다운 현실을 ‘미리 비춰주기’ 때문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사회와 정치의 문제를 풀어내고 개선할 가능성을 심미주의 차원에서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우리 사회를 “사회적인 것의 팽배이고 개인적인 것의 위축”으로 특징지으면서 “사회정치적인 것이 지배적이지만 ‘진실로 사회적인 것’이나 ‘진실로 정치적인 것’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나 깊이에 대해 고민하는 것 자체가 한국사회가 성숙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본다”며 더 나은 사회의 가능성을 심미적인 개인, 삶의 심미성에서 찾는다.
심미적인 것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성의 계몽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성으로의 길은 마음을 통해 열리고, 그 마음은 아름다움을 통해 쇄신된다”는 게 저자의 관점이다. 그는 독일의 문호 프리드리히 실러의 책 ‘인간의 심미적 교육론’을 여러 번 거론하면서 “동시대의 프랑스혁명이 점차 테러리즘 정치로 변질되는 것을 보고 정치에 의한 제도적 개선만으로는 인간 현실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예술과 미학 쪽으로 나아간 정신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또 공재 윤두서의 삶을 집중 조명한다. 공재는 막강한 권세를 가진 해남 윤씨 가문에 속했지만,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고 고독을 마다않으며 모든 관직을 떠나 표표히 한 사람의 화가로 사는 길을 택했다. 저자는 공재의 삶을 심미적 삶의 한 전형으로 제시하면서 자기 삶을 스스로 구축하는 것, 자기를 지키는 것, 자기를 기만하지 않은 것이야말로 심미적인 삶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그의 ‘선언’이 입지한 지점이 너무 좁고 결국 외로워질 것이라는 걸 아는 듯하지만 무모하고 간절하게 밀어간다. “예술이, 그것을 감상하는 나와 우리의 지금 삶을 쇄신시키는 데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대체 무엇을 위해 있을 것인가?” 거듭 되물으면서.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아름다움은 나와 우리 삶을 바꿀 것이다
입력 2015-02-06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