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범죄조직이 개입된 중국발(發) 마약이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과 홍콩에서 몰래 들여오다 적발된 히로뽕(메스암페타민)이 1년 만에 4배 가까이 급증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검찰은 최근 히로뽕 6만7000명분을 국내로 들여온 대만인 등을 구속했다.
인천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정규영)는 히로뽕을 대량 밀반입하던 대만인 A씨와 이를 넘겨받으려던 한국인 2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해 수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다른 대만인 1명도 같은 혐의로 체포했다.
A씨는 지난달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히로뽕 2㎏을 넣은 봉투를 복대처럼 허리에 두르고 입국하다 인천공항세관에 적발됐다. 한국인 2명은 그에게 마약을 넘겨받으려고 입국장에서 기다리다 잡혔다.
히로뽕은 1회 투약분(0.03g)이 10만원 정도에 거래된다. 2㎏은 6만7000명 정도가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시가로 66억7000만원 상당이다. 이 정도 히로뽕을 한 사람이 한꺼번에 들여오는 일은 흔치 않다. 관세청 관계자는 “히로뽕은 100g만 넘어도 엄청난 양이라 개인이 소화할 수 없다. 대량 밀수는 통상 범죄조직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검찰도 이번 히로뽕 밀수가 대만 현지와 한국인이 연계된 조직범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중국에서 밀반입되는 마약은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세관에서 적발한 중국·홍콩발 히로뽕은 34.2㎏으로 2013년 8.8㎏의 3.9배에 이른다. 2011년에는 6.1㎏, 2012년에는 12.1㎏이었다.
광저우와 홍콩 등 중국 동남부 지역이 주요 공급지로 부상하고 있다. 한 번에 몇 ㎏씩 대량으로 들여오는 사례가 늘었다. 조직적 마약 밀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서울세관과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6월 1일 중국 산둥성 롱청항을 출발해 경남 거제 고현항에 들어온 화물선에서 히로뽕 6.1㎏을 압수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히로뽕 밀수·유통 조직이 주도한 일이었다.
중국발 마약이 밀려들면서 전체 마약 밀반입 규모도 1년 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3년 46㎏에서 지난해 71.7㎏으로 56% 급증했다. 중국발 히로뽕은 이보다 5배 큰 폭으로 늘었다. 전체 밀반입 마약에서 중국발 마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19.1%에서 47.4%로 커졌다.
중국발 마약 증가는 ‘요우커’(游客·중국인 여행객) 유입이 늘어나는 추세와도 맞물려 있다. 한국은 중국과 가까우면서 마약이 중국보다 20배 이상 비싸게 거래되는 시장이다. 마약 범죄로 최고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다. 밀수범들은 한국을 일본 등 제3국으로 마약을 운반하는 경유지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직행하는 것보다 의심을 덜 받기 때문이다. 한국을 거쳐 가는 마약이 급증하면 국내 유통량도 늘 수밖에 없다.
한국의 마약청정국 지위는 위협받고 있다. 유엔은 마약사범이 인구 1만명당 2명 이하인 나라를 마약청정국으로 분류한다. 국내 인구를 4900만명으로 잡으면 마약류 사범이 9800명 이하여야 하는데 지난해 적발된 마약사범은 9700여명이었다. 2007년과 2009년에는 1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강창욱 기자 kcw@kmib.co.kr
[단독] 중국발 마약의 습격… 국제범죄조직 개입 마약청정국 지위 위협
입력 2015-02-05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