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논의 급물살?… 당·청 ‘手 싸움’ 시작됐다

입력 2015-02-05 02:17 수정 2015-02-05 09:28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운데)가 4일 국회에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비박계인 유승민 원내대표(왼쪽)와 이재오 의원은 자리를 함께했지만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은 불참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개헌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언제 열리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비주류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 신임 원내대표가 손발을 맞추게 되면서 개헌 논의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헌 논의는 당청 갈등의 뇌관인 만큼 당분간 잠복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사실상 물꼬가 이미 트인 데다 ‘청와대 장악력’이 떨어져가는 상황에서 여야 간 개헌 논의는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유 원내대표는 2일 선출 직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헌에 대한 논의조차 못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개헌 논의 착수에 대해 청와대의 입장이 다르다면 끝까지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도 유 원대대표와 마찬가지로 개헌 논의를 억지로 막는다고 막히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들 ‘K·Y라인’이 개헌에 대해 비슷한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개헌 논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와 전격 합의를 맺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는 것이다.

개헌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당청관계는 격랑 속으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은 워낙 큰 이슈라 한번 시작되면 블랙홀같이 빠져들어 다른 것을 못 한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사활을 건 경제 살리기 등 주요 정책이 개헌 논의에 가려져 국정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에서 개헌 논의까지 떠오르면 “그야말로 이제는 일할 시간이 없다”는 절박감도 깔려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당분간 물밑에서 개헌 논의를 지연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자칫 당내 계파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당내 친박(친박근혜) 주류는 개헌 논의 자체를 ‘정권 흔들기’로 보고 있다. 한 친박 의원은 “낡은 헌법을 고칠 때가 됐다는 개헌 필요성에 공감 못하지는 않지만 몇몇이 의도를 갖고 주도해나가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4일 야당이 제안한 개헌 논의에 대해 “제 개인 의견은 없다”고 했고, 유 원내대표 역시 “아직 말할 게 전혀 없다”고 했다. 자칫 괜한 집안싸움만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스탠스다.

김 대표가 지난해 10월 이른바 ‘상하이 개헌 봇물’ 발언을 한 지 하루 만에 “제 불찰”이라며 박 대통령에게 사과했으나 청와대 측은 “말실수로 보지 않는다”면서 정면충돌했던 경험도 뼈아팠다. 박대출 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개헌을 위해 다음 총선에서 국민투표까지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한결같이 ‘당의 역할론’에 방점을 찍은 만큼 개헌 논의는 당청 간 ‘밀고 당기기 카드’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유 원내대표는 ‘현재 개헌 논의가 적절치 않다고 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아니다. 그런 것은 아니다”고 부인한 뒤 “당내 의견을 수렴해서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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