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합병절차 당분간 중단” 제동걸린 하나-외환銀 조기합병

입력 2015-02-05 02:04

법원이 하나·외환은행의 합병절차를 오는 6월말까지 중단하라고 결정해 양측이 합의를 통해 합병절차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냉각기’를 부여했다. 이로써 2017년까지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는 합의서에도 불구하고 조기통합을 밀어붙이려던 하나금융지주(이하 하나금융)의 속도전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조영철)는 4일 외환노조가 하나금융의 일방적인 통합 절차를 중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하나금융에 대해 오는 6월 30일까지 외환은행의 본인가 신청 및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지 말 것과 하나금융의 합병 승인을 위한 주총 의결권 행사를 금지할 것을 결정했다.

가장 큰 쟁점은 하나금융과 외환노조, 금융위원회가 2012년 작성한 ‘2·17합의서’의 유효 여부였다. 당시 당사자들은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에도 5년간 하나은행과 합병하지 않고 별도의 독립법인으로 존속한다”는 취지로 합의서를 작성했다.

현재 하나금융은 은행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합의 체결 당시와는 사정이 달라졌다며 합의서가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원은 “현 상황을 기준으로 볼 때 현저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향후 급격한 국내외 경제 및 금융여건의 변화가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가처분의 효력시점을 2015년 상반기까지로 제한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오는 6월말 이후에는 가처분의 효력이 없어지게 된다.

이 시점이 되면 하나금융이 통합을 재추진할 수 있고 외환노조가 조기통합에 반발하며 재차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다. 또다시 법원으로 공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날 결정에 대해 하나금융과 외환노조의 반응은 극명히 엇갈렸다. 외환노조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일방·독단적으로 진행해 온 조기통합 절차는 명분을 잃었다”며 “노사정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취급하며 경영권을 남용하는 행태를 시정해 노사정 화합을 위한 올바른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하나금융은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선제적인 위기 대응이 없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이번 결정이 이런 측면을 간과한 것으로 판단돼 이의 신청을 포함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하나금융은 조기통합의 명분을 잃었다. 하나금융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법원에 이의 신청을 제기해 가처분 결정을 번복하거나 6월이 지나기를 기다려 재차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다. 또는 조기통합에 반대하는 외환노조가 납득할 수 있는 ‘히든카드’를 내밀어 설득할 수도 있다.

외환노조는 독립법인 존속기간을 채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합병 후 구조조정 방안, 통합 은행명 등 하나금융이 제시하는 카드에 따라 조기통합의 성사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게 은행권 안팎의 관측이다.

선정수 박은애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