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구급차와 부딪힌 차량이 사고 처리를 운운하며 길을 터주지 않았던 일 기억나세요? ‘크림빵 뺑소니’ 사건에 묻혀 잊혀지고 있었는데요. “아이가 죽어간다”며 발을 동동 굴렀던 사설 구급차 운전자가 씁쓸한 사건의 결말을 전했습니다. 자신의 퇴사 소식과 함께요.
3일 자동차 전문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는 사건 당시 구급차를 운전했던 신모씨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신씨는 구급차와 부딪혔던 차량의 보상금, 수리비, 자신이 받은 운전자 벌점을 나열한 후 “10일부터 퇴사하게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신씨가 받은 벌점은 총 50점입니다. 사고차량 운전자와 동승자가 각각 전치 2주 진단을 받았고 구급차에 탄 아이는 전치 3주, 아이의 어머니는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여기에 안전거리 미확보 벌점까지 더해졌죠. 신씨에겐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졌고 안전거리 미확보 벌금 2만원도 청구됐습니다.
응급구조 운전대원인 신씨에게 면허는 밥줄이나 다름없습니다. 신씨는 “이번 일로 퇴사가 결정됐고 두 달 가량 운전을 못하게 됐다. 어떡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적었습니다.
현장에 없었던 승용차 운전자의 아내가 인터뷰한 내용도 언급했습니다. 사고 차주의 아내는 한 매체를 통해 신씨가 연락처를 주지 않았고, 아이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는데요. 신씨는 “연락처 달라는 말씀도 없었고, 연락처를 달라고 했으면 (번호를) 불러줄 시간에 면허증을 주는 게 빠를 것 같아서 그렇게 행동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신은 거듭 “아이 죽어요”라고 말했다면서요. 혹여나 비난의 화살이 아이 어머니에게 돌아갈 것을 염려해 “아이 어머니는 저의 처벌을 원치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신씨의 답답한 상황에 네티즌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환자를 이송하는 응급차량과 사고가 났는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벌점 무서워 어떻게 출동하라는 건가요” “있을 수 없는 처사입니다”라고 호소했죠. “힘내세요. 한 아이의 목숨을 살린 훌륭한 분입니다”라는 응원 댓글도 줄을 이었습니다.
구급차 운전대원 만큼 교통사고를 피하고 싶은 사람이 또 있을까요. 신씨의 어깨에는 생사를 오가는 네 살 배기의 목숨이 달려있었습니다. 자신의 일자리와 누군가의 생명을 저울질하며 ‘우선순위’를 따져야하는 현실, 너무 잔인하지 않나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아이가 죽어가요” 호소했던 구급차 운전자 면허정지로 퇴사
입력 2015-02-05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