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별 민원발생 건수와 해결노력 등을 등급화해 창구 등에 게시토록 했던 ‘빨간딱지’가 1년도 채 안 돼 사라진다. 3일 ‘범금융 대토론회’에서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금융사 빨간딱지는 과도한 규제”라며 제재 형평성을 거론하자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폐지를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카드사 정보유출 등 금융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금융사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던 소비자보호 조치가 규제완화 흐름에 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2002년부터 업권별로 소형사를 제외한 금융사를 대상으로 민원발생평가를 시행해 왔다. 2006년부터는 5등급으로 나눠 민원발생 건수와 처리노력 등을 평가했고, 지난해 5월에는 2013년 실적을 바탕으로 등급이 기재된 ‘빨간딱지’를 지점별로 게시토록 했다. 2011년 5만5782건이던 금융사 민원 건수는 2013년 7만건을 넘어섰다. 증가 폭은 줄어들었지만 금융사고 여파로 건수가 늘어 일종의 ‘충격요법’을 쓴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Name&Shame’(이름 공개로 망신주기)을 통해 소비자보호를 유도하겠다고 했었지만 업계는 소비자들이 오해할 소지가 있다며 반발해 왔다. 농협은행의 경우 2011∼2013년 연속 최하등급을 받았는데, 소매금융 비중이 큰 데다 지난해에는 정보유출 여파까지 악재가 겹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4일 “앞으로 민원평가는 실적이 나쁜 금융사를 지적하기보다 우수 금융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계량적 평가로는 한계가 있어 소비자보호실태평가제도를 통해 종합적 평가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9개월만에 사라지는 은행 ‘빨간딱지’
입력 2015-02-05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