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고작해야 364일] 왜 우리 할머니는 형만 예뻐할까?

입력 2015-02-06 02:19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작가 황선미의 신작 동화. 주인공은 ‘고작해야 364일’(사진) 늦게 태어나는 바람에 동생이 된 초등 3학년생 명조. ‘여태까지 나만의 새 것을 갖지 못했던’ 명조가 그 사실이 더욱 억울하게 느껴지게 된 건 할머니를 모시고 살게 되면서부터다. 같은 손주 아닌가. 그런데 할머니는 형 윤조만 예뻐하신다. 명조는 그 이유를 안다. 할머니의 3형제 가운데 아들을 낳은 사람은 아빠뿐. 그러니까 윤조는 아들이 귀한 집의 장손인 것이다. 그래도 너무 심한 것 같다고 명조는 생각한다. 나를 위해 엄마가 사준 하늘색 컨버스 운동화도 형이 먼저 신게 하려고 하다니. 얄미운 윤조. 명조는 급기야 베란다 창을 통해 새로 산 컨버스 운동화 한 짝을 내다버린다. 금세 후회하고 뛰어 내려갔는데, 누가 가져가 버린 게 아닌가.

어느 날, 명조는 버린 것과 색깔만 다른 새 분홍색 컨버스화 한 짝을 발견한다. 또 어느 날엔 한쪽엔 분홍색, 한쪽엔 하늘색 컨버스화를, 그것도 무늬를 그려 넣어 신은 여자애를 발견하게 되는데….

명조를 화자로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동화책은 그 생각과 말투가 아이가 쓴 거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전통적 가치관 탓에 장손만 귀여워하는 할머니, 어릴 적 가난해서 못해본 보이 스카우트를 도대체 숫기라곤 없어 보이는 큰 아들 윤조에게 시키려는 아빠. 그런 기성세대에 내심 반발하는 아이들 모습에 책을 읽는 초등생은 반가워하고, 어른들은 뜨끔해질 것 같다. 형제간의 우애, 친구사이의 우정, 가족간 사랑이 자잘한 에피소드 속에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역시 황선미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책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