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CJ E&M, 아직 126억의 영업적자가 남아 있사옵니다
입력 2015-02-06 02:30 수정 2015-02-06 18:21
지난해 CJ그룹의 문화사업 행보는 콘텐츠 시장에서 독보적이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히트작을 쏟아내며 시장을 선도했고, 해외에서도 합작투자 성공 소식이 잇달아 들려왔다.
정부와 산업계에서도 문화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어 CJ의 미래는 낙관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CJ의 문화사업 부문인 CJ E&M이 2011년 사업부서 출범 이후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그룹 내부에서도 문화사업이 겉만 번지르르한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CJ 문화사업 화려한 비상=지난해 1761만이라는 국내 최다관객을 동원한 영화 ‘명량’과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또 하나의 1000만 영화에 등극한 ‘국제시장’ 등은 모두 CJ E&M이 투자·배급한 영화다. 방송에서도 CJ는 지상파를 압도했다. ‘꽃보다…’ 시리즈에 이어 지난해 하반기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예능 ‘삼시세끼’, 전국에 미생 열풍을 불러일으킨 드라마 ‘미생’도 모두 CJ가 손댄 작품이었다. 그 외 ‘슈퍼스타 K6’ ‘나쁜녀석들’ ‘댄싱9’ 등도 호평과 함께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해외 성과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12월 8일 중국에서 개봉한 CJ E&M의 한·중 합작영화 ‘20세여 다시 한번’은 지난달 24일 누적 박스오피스 매출 3억2109만 위안(약 562억원)을 기록하며 한·중 합작영화 최고액을 돌파했고, 25일에는 누적관객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CJ E&M이 투자·배급한 베트남 합작영화 ‘마이가 결정할게2’ 또한 베트남 영화사상 최고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12월 CJ E&M과 베트남 국영방송 VTV가 함께 만든 한·베트남 최초 합작드라마 ‘오늘도 청춘’은 첫 방송부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20년 넘는 투자 마침내 결실=CJ의 화려한 비상은 오랜 투자와 지속된 노력의 결과다. CJ는 1995년 문화사업에 진출했고, 20년간 약 3조원을 투자해 자체 콘텐츠 제작에 매진해 왔다. 오랜 투자의 성과가 지난해부터 서서히 드러난 것이다.
CJ의 성공은 기업 이미지 혁신은 물론 문화가 곧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인식도 일깨웠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CJ는 ‘설탕을 파는’ 식품제조 회사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영화 방송 음악 극장 등 문화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문화콘텐츠업이 단순한 창작에 그치지 않고, 산업계 전반에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차세대 먹거리 산업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실제 영화 ‘명량’ 하나만으로도 4364억원에 이르는 경제 유발 효과와 2048명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액수는 승용차(1대 1395만원·현대 아반떼 1.6 가솔린 기준) 2만2546대 또는 휴대전화(1대 60만원·삼성 갤럭시S5 기준) 약 66만개를 생산한 효과와 맞먹는 규모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적자에 허덕=화려한 흥행 콘텐츠에도 불구하고 속을 들여다보면 문화산업은 적자에 허덕이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J E&M은 지난해 126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계속 늘어 2011년 9350억원에서 지난해 1조2327억원까지 늘었지만,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적자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게임사업을 제외한 CJ E&M의 영업이익은 2011년 50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2012년 454억으로 흑자폭이 줄었고 2013년에는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86억원으로 떨어졌다.
문화콘텐츠 사업은 엄청난 초기 투자비가 소요되지만 몇몇 콘텐츠 흥행만으로 나머지 실패 콘텐츠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다. 지난해 CJ가 배급한 영화 9편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고작 3∼4편에 불과하다. 방송도 지난해 tvN이 제작한 드라마 20편 가운데 흥행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시청률 2∼3%를 넘긴 작품은 ‘미생’ ‘응급남녀’ 등 5개 정도가 고작이다. 게다가 CJ E&M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손실보전 역할을 해 온 게임사업이 분리되면서 이제는 만성적자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규제 없애야 문화산업 추가 성장 가능=CJ는 한국 문화산업의 규제를 없애야 구조적인 적자에서 벗어나 성장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영화산업의 경우 투자 결정 및 파이낸싱 의무를 지는 투자·배급사는 손해에 대한 리스크를 지면서도 한국에만 존재하는 수익배분방식(제작사 40, 투자자 60)으로 인해 흥행수익 배분에 제한을 받는다. 방송도 광고규제와 함께 모바일, VOD 등 시청환경의 변화가 시청률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면서 흥행 콘텐츠를 만들어도 수익이 제한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자본이 국내 중소 음반제작사나 영화투자사를 공격적으로 사들이며 문화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한류를 위협하고 있다. CJ 관계자는 “중국의 문화자본에 맞서 우수한 한국만의 문화 콘텐츠를 생산해 배급하는 대표선수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면서 “규제를 걷어내고, 문화산업 자체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그룹 이재현 회장의 공백으로 투자동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CJ E&M의 자본투자액(미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지출된 비용)은 2012년 898억원에서 이 회장이 구속된 2013년 760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346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룹 관계자는 “CJ의 문화사업은 이제 막 이륙한 셈이며, 그 어느 때보다 이 회장의 과감한 투자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