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어느 봄날이었다. 박순자(61·여) 권사는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외손자(9)로부터 잊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 외손자는 “할머니한테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가까이 가기 싫다”고 말했다.
외손자는 박 권사가 키운 아이였다. 그는 경기도 하남에서 둘째딸(35)이 낳은 외손자의 양육을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도맡다시피 했다. 맞벌이 하느라 바쁜 둘째딸 부부를 대신해 사실상 부모 역할을 한 셈이다. 외손자가 내뱉은 말은 박 권사에겐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며칠동안 끙끙 속병을 앓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마주쳤던 젊은 학부모들도 내게서 거리감을 느꼈겠구나. 내가 할머니처럼 보여서 전도가 안 됐던 거구나.’
박 권사는 곧바로 백화점에 달려가 명품 향수를 샀다. ‘젊은 느낌’의 옷도 여러 벌 구입했다. 옷차림에 신경을 쓰고 향수도 뿌리자 외손자의 태도가 달라졌다. 외손자는 이전처럼 흔쾌히 그의 품에 안겼다. 박 권사는 자신감이 생겼고 젊은 학부모들에게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그는 학부모들에게 자신이 출석하는 하남 성안교회(장학봉 목사)에 와 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엔 시큰둥했지만 친분이 쌓이자 하나둘씩 교회를 찾아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박 권사가 지난해 전도한 인원은 학부모와 이들의 자녀까지 합해 10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4월에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중앙연회가 수여하는 ‘전도왕’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최근 성안교회에서 만난 박 권사는 “옷차림이 달라지니 마음가짐도 바뀌더라”며 “딸과 비슷한 또래인 학부모들과 허물없이 어울리다 보니 전도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전도는 고무줄을 당기는 것과 비슷합니다. 교회에 나오라고 부탁하며 당기다 보면 끊어져 버리는 인연도 있지만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도 생기기 마련이지요. 그렇게 제가 건넨 전도의 끈을 잡고 교회를 찾아온 사람들을 마주할 때면 말로 설명하기 힘든 보람과 희열을 느끼게 되더군요.”
박 권사가 소개한 자신의 전도 비법은 ‘관계’에 있었다. 학부모들을 자신의 자녀처럼 여기며 살뜰히 챙기다 보니 전도에도 성공하더라는 설명이었다. 예컨대 그는 경기도 포천에서 농사를 짓는 사돈이 콩 고구마 파 등 농산물을 보내오면 전도하고 싶은 학부모들에게 선물했다. 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학부모들에게는 자주 식사를 대접하며 교회에 정을 붙일 수 있게 도왔다.
박 권사의 이 같은 전도 스토리는 최근 그가 출간한 책 ‘할머니의 전도법’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책에도 담긴 갈라디아서 6장 9절 말씀이 자신의 전도 철학이라고 소개했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박 권사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주님과 만날 수 있도록 돕는 게 나의 사명”이라고 거듭 말했다.
“저는 기독교인이 아니었습니다. 크리스천인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한 스물한 살 때부터 교회에 다녔지요. 주님을 믿게 되면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보다 더 큰 복은 없다는 사실을 많이 느꼈습니다. 제가 전도를 사명으로 여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교회마다 할머니들이 많은데 개인의 신앙생활에만 전념하지 말고 전도에도 적극 나섰으면 합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할머니들이 교회 부흥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남=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할머니의 전도법’ 출간한 전도왕 박순자 권사 “할머니들이 교회 부흥 불쏘시개 역할해야”
입력 2015-02-09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