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진항] 국민이 군을 걱정하고 있다

입력 2015-02-05 02:30

근절되지 않는 병영 내 구타 및 가혹행위, 총기 난사 사건, 이어지는 방산 비리, 군내 대마초 흡연, 이 부대 저 부대에서 터져 나오는 성 추행 및 폭행 사건 등에 대한 뉴스를 접하는 국민들은 마음이 불편하다. 과연 군대에 금지옥엽으로 키운 아들딸들을 안심하고 보내도 되는지, 그리고 이런 군대가 유사시 외침으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또한 사고가 날 때마다 은폐시도가 의심되는 발표 후 사실이 드러나면 궁색한 변명과 ‘땜질식 단기처방 및 대증요법’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군 당국의 행위를 국민은 걱정과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가. 그것은 근원적 뿌리를 캐내지 못하고 표피적 대응만 하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육군 모 부대 대령의 여군하사 성폭행 사건 후 육군이 내놓은 ‘남·여군부동석’은 표피적 대응의 전형이다. 앞서 열거한 사고들이 각각 다른 양상 같지만 자세히 보면 같은 뿌리에서 돋아난 싹들이다. 그러니 표면의 싹을 자른다고 근절될 리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근원적 방법인 올바른 군대 문화를 정립하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올바른 인생관, 사생관(死生觀)을 기반으로 군인관(軍人觀)을 정립해 모든 군인이 가치관이 분명한 군생활을 하도록 하는 규범적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 병사들과 초급 간부들은 20대의 혈기왕성한 청년으로 아직도 배움의 과정에 있는데, 이들에게 인격도야가 일정한 경지에 이른 생활방식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중·고위 간부들 역시 세속적 가치를 완전히 떠나 성인(聖人)처럼 살라는 요구도 무리다.

차선으로 전략적 사고(思考)가 답이 될 수 있다. 전략적 사고란 ‘생각을 전략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전략은 미래성, 전체성, 기만성을 속성으로 하고 있다. 이 중에서 미래성과 전체성을 생각에 적극 활용하자는 것이다. 문제에 봉착해 결정을 요할 때 ‘지금 당장, 바로 여기’에만 집착하지 않고 판을 키워서 보면 답이 보인다. 즉, 시간상으로 미래, 공간상으로 전체를 고려해보면 어떤 것이 더 이익인지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행동은 자신의 이익이 큰 쪽을 택하는 것이므로 실리적이다. 각종 사고의 원인이 되는 규정위반, 일탈행위, 과욕 등의 욕구가 발동할 때 행위 후에 나타날 결과를 단 3초만 생각해봐도 올바른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개인이 생각을 행동화하면 그것이 습관이 되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습관의 합이 문화가 된다. 마찬가지로 군인들이 매사에 전략적 사고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을 행동화하면 전략적 사고가 군인의 습관이 된다. 그 군인들의 습관이 모이면 전략적 사고가 군대의 문화로 형성되게 된다. 이처럼 전략적 사고가 군대문화로 정착하게 되면 미래지향적, 합리적 군이 되어 사고가 미연에 방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중국 노나라의 재상 공의휴는 생선을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생선 선물 때문에 재상에서 밀려나 생선을 먹지 못하는 것보다 생선 선물을 받지 않음으로써 재상의 자리에서 오래도록 자기가 좋아하는 생선을 먹을 수 있는 방안이 더 좋다고 판단하여 백성으로부터 생선 선물을 일절 받지 않았다. 이제 우리 군도 모든 구성원이 공의휴 재상처럼 전략적으로 사고함으로써 지금 당장의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후일 일어날 일을 예견하고 행동함으로써 사고 예방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나약한 군이 아니고 국민에게는 신뢰를 주고, 적에게는 두려운 존재로, 젊은이들에게는 도전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진항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