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정상 가까이까지 케이블카가 놓여질 모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8일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앞서 2017년 말까지 강원도 양양군 오색리에서 설악산 끝청봉에 이르는 3.5㎞ 구간에 4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그간 양양군이 추진해온 케이블카 설치는 2012년과 지난해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부결됐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케이블카 확충’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주관한 무역투자진흥회의 때 관광·콘텐츠 분야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에 포함됐다. 이때부터 설악산 케이블카는 대통령이 지원하는 사업으로 인식되면서 국립공원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왕따’를 당했다.
양양군과 강원도는 케이블카의 경제효과가 건설비용의 세 배 가까운 연간 1287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권금성 케이블카와는 달리 신설 노선은 동해나 설악산 일대가 다 보이는 빼어난 조망 덕분에 큰 흑자를 낼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전망은 신설 케이블카 종착점에서 대청봉(정상)까지 연계산행을 못하게 하겠다는 케이블카 허가의 전제조건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왕복 2만원가량의 요금을 내고 올라왔으니 대청봉까지 가야 본전을 뽑는다는 탐방객을 어떻게 말리겠는가.
케이블카 예정지 일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I급)인 산양 서식지다. 설악산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 5개 보호구역으로 중첩 지정돼 있다. 그만큼 보전가치가 높다는 말이다. 케이블카 찬성론자들은 스위스나 일본 등의 명산에도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 산은 대개 전문적 장비 없이는 정상까지 산행이 불가능한 곳이다. 또한 정상에 비해 20∼30%가량 해발고도가 낮은 곳까지만 케이블카가 올라간다. 검증되지 않은 경제효과를 바탕으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더 큰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한마당-임항] 설악산 케이블카
입력 2015-02-05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