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주님의 영이 우리에게 임하면

입력 2015-02-05 02:50

마가복음에 보면 예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행하신 일은 제자를 부르신 것입니다. 이어서 행하신 일은 오늘 본문에 나온 대로 더러운 영을 쫓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더러운 악령이 들린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예수는 “입을 다물고 이 사람에게서 나가라”고 꾸짖으셨고, 악령은 큰소리를 지르며 떠나갔습니다.

예수께서 제자를 부르신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더러운 영을 내쫓는 일에 함께 할 동역자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 일은 예수가 승천하신 후에도 제자들의 주요 사역 중 하나였습니다.

더러운 영의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 광야에서 사탄으로부터 유혹받았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탄은 물질과 불신의 마음, 교만을 내세워 예수를 시험했습니다. 이는 우리들에게도 어김없이 주어지는 유혹입니다.

더러운 영에 사로잡히면 자신의 꿈과 비전을 돈을 버는 데 집중합니다.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삶을 삽니다. 태어나면서 갖게 되는 인간 본연의 두려움은 결국 하나님의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그 진리를 믿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스스로 그 두려움을 이겨낼 방도를 찾게 됩니다. 진리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위험에 빠지면 그 위험에 함께 빠지기보다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배신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믿을 수 없으니 이웃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더러운 영에 사로잡히면 우리 안에 교만한 마음이 자리 잡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고 우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교만한 마음에는 겸손의 미덕이 싹틀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일 수 없습니다.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더러운 영을 내쫓는 일을 하셨습니다. 그 사역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더욱 절실합니다. 예수께서는 더러운 영을 내쫓으려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당신처럼 거룩하라고 끊임없이 요청하십니다. 어떻게 거룩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이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존재로서 하나님의 사랑의 영이 있음을 경험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하나님의 영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음성을 늘 듣고자 하는 것이 바로 신앙생활입니다. 그 음성을 듣기 위해서는 예수처럼 우리도 광야에 머물러야 합니다. 저는 사막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굉장히 두려웠지만 이를 떨쳐낼 수 있었던 것은 오아시스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막에도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 두려움은 사라졌습니다.

이 시대 광야란 어떠한 곳입니까. 이 시대 사막이란 생명이 죽어가는 곳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으로 몰려가 더러운 영의 유혹에 빠져들어 죽어갑니다. 우리 크리스천들이 이곳 광야에 함께 머무는 이유는 유혹에 빠지지 말고, 그것을 분별하는 하나님의 마음을 경험하기 위해서 입니다. 더러운 영에 빠진 이들을 건지기 위한 오아시스를 만드는 신앙공동체를 만들어갑시다.

김현호 신부(성공회 동두천나눔의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