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최근 온라인 포털사이트의 개인 블로그에서 파는 옷을 샀다가 한동안 골치를 앓아야 했다. 배달된 물건은 밑단 박음질이 풀려 있는 등 사진과 완전히 다른 저급 제품이었다. A씨가 환불을 요구하자 이 블로그 주인은 “다들 말없이 사는데 왜 당신만 그러느냐”며 환불을 거부했다. A씨는 “당신이 현금거래만 하는 사실을 고발하겠다”며 강력히 항의해 2주 만에 간신히 돈을 받아냈다.
최근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는 국내 유명 블로거 B씨에게 공식 경고장을 보냈다. 에르메스 측은 명품 브랜드 모방 제품, 이른바 ‘짝퉁’ 가방 판매를 멈추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그동안 자신의 블로그에서 1000만원대 에르메스 버킨백의 ‘짝퉁’을 “동일 가죽으로 제작했다”며 싼값에 팔아 왔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업체의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한 불법 판매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세금과 단속을 피하려는 각종 꼼수마저 판치고 있다. 소득세법, 전자상거래법, 소비자보호법, 상표법 등 각종 법률이 모두 무시되는 ‘무법지대’다.
불법 판매자들이 블로그를 통해 많이 거래하는 상품 중 하나는 ‘짝퉁’이다. 단속에 걸려도 블로그를 폐쇄하고 증거를 인멸하기 쉬워서다. 여기에다 블로그는 쇼핑몰 구축에 들어가는 초기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블로거(블로그 운영자) C씨는 명품 브랜드를 그대로 베낀 옷을 동대문에서 제작해 판매한다. C씨가 제품을 올리면 구매 문의 댓글이 순식간에 100여개씩 달린다. C씨는 주문 접수와 가격 문의를 ‘비밀 댓글’로만 받는다. 비밀 댓글은 블로그 관리자와 댓글 작성자만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기능을 악용해 세무당국이 수입 규모를 추정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세금 회피 외에도 각종 단속의 눈길을 피하는 데 용이하다.
최근에는 해외에서만 살 수 있는 물건을 대신 구입해 보내주는 구매대행 블로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구매대행 블로거들은 무역업체 수준에 이를 정도로 물품을 수입하고 있지만 세관 신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종 규제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보니 소비자 피해도 속출한다. 불법 판매를 일삼는 블로그를 통해 물건을 샀다가 환불이나 교환을 요청하면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 문제가 생기면 블로그를 닫아버리고 ‘잠수’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업체 측은 난감한 상황이다. 한 포털업체 관계자는 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블로거들에게 안내하고 있지만 수천만명에 달하는 블로그 개설자 중에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이 누구인지 일일이 단속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업체는 이용자들의 신고가 들어올 경우 이용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불법을 저지르는 블로거들이 법망을 완전히 빠져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영장 등이 있을 경우 비공개 비밀 댓글이라도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소득 규모 및 탈세·탈법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2011년 7월 블로그를 통해 물건을 거래하면서 세금을 탈루하거나 허위 과장 광고를 한 블로거들을 적발했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해 각각 수백만원의 추징금을 부과했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기획] 불법 거래에 탈세까지… 무법지대 ‘블로그 쇼핑몰’
입력 2015-02-04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