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불과 6일 만에 180도 바뀌었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 올해 안에 개선안을 만들지 않겠다”던 보건복지부는 “여당과 개선안을 협의하겠다”로 급선회했다. ‘건보료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왜 태도 바꿨나=복지부가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재추진 의사를 밝힌 가장 큰 배경은 여론 악화다. 지난달 28일 문형표 장관의 ‘보류’ 선언 이후 여론은 강하게 반발했다. 문 장관의 발언은 소득에 비해 건보료를 덜 내는 ‘부자’들을 위해 불합리한 현실을 그냥 놔두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청와대가 두 차례나 ‘백지화가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분노는 누그러들지 않았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건보료 부과체계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급기야 2일에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기획단)의 이규식(연세대 명예교수) 단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1년6개월이나 논의했는데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는 것은 정부의 무책임한 변명”이라고 비난했다.
3일 오전까지만 해도 복지부는 사면초가였다. 스스로 위기를 타개하기에는 명분이 마땅치 않았다. 그나마 새누리당에서 신임 원내지도부가 선출된 것은 국면 전환을 꾀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강하게 ‘액션’을 취해줬고, 복지부는 마지못해 따르는 듯한 모양새를 갖췄다. 복지부는 이날 자료를 내고 “지난달 28일 발표 내용에서 선회하거나 이를 번복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문제는 최신 자료를 활용해 좀 더 세밀하게 시뮬레이션하고 당정 협의 등을 통해 종합 검토해 처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식적인 재추진 입장은 새누리당과의 당정 협의를 거쳐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둘러싼 혼란을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칠 핵심 정책을 놓고 갈팡질팡한 6일간 엄청난 혼란이 빚어졌다.
겉으로 드러난 책임자는 문 장관이다. 청와대는 개편안 보류 결정은 문 장관이 판단해 한 일이라고 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문 장관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결단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 분위기에서 문 장관 혼자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청와대가 개입했다면 해당 정책라인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하다.
당정이 논의할 건보료 개편안은 기획단이 이미 마련한 7개 시나리오 범위 안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은 “개편을 재추진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고소득층의 건보료를 올리는 방향성은 없어지고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만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면서 “기획단이 내놓은 내용으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세종=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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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04 02:59 수정 2015-02-04 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