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에 직장이 있는 강모씨는 매일 출근길에 근처 맥도날드 매장에 들러 2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가끔 아침 대용 세트를 사먹기도 하지만 커피만 구입하는 경우가 더 많다. 비교적 싼 가격에 괜찮은 맛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이 강씨가 생각하는 이곳의 장점이다.
반면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박모씨는 1만원짜리 커피가 있는 엔제리너스 스페셜티 세종로점을 자주 찾는다. 주말에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올 정도로 이곳 커피를 좋아한다. 직접 고른 원두를 추출할 때 바리스타가 커피와 관련한 정보를 주는 등 ‘나만의 커피’를 만들어준다는 느낌 때문이다. 다소 비싼 편이지만 그에 걸맞은 만족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이 밥보다 자주 섭취한다는 커피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보다 싼 가격을 강조하는 실속형과 고품질을 중시하는 고급형으로 점차 분화되는 모습이다.
맥도날드코리아는 지난달 29일부터 자사 커피 브랜드 ‘맥카페’를 리뉴얼했다. 종전보다 가격을 300∼600원 인하했다. 미디엄 사이즈로 통일했던 종전과 달리 스몰 사이즈를 추가해 아메리카노 스몰 사이즈의 경우 15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앞서 가맹점 3200여곳을 둔 파리바게뜨는 같은 달 15일 새 커피 브랜드 ‘아다지오’를 출시했다. 주요 커피 산지에서 고품질 원두를 수입해 전문가가 블렌딩했다. 원두 품질을 높였지만 가격은 아메리카노 기준 2500원으로 종전과 같다.
두 브랜드 모두 리뉴얼 후 반응도 좋다. 맥카페는 지난달 29일부터 3일까지 일평균 매출은 리뉴얼 전보다 두 자릿수 정도 상승했다. 아다지오 역시 일평균 매출이 30% 정도 늘었다.
반면 1만원이 넘는 고가 커피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3월 첫선을 보인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을 올해 36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스타벅스 리저브는 고급 원두와 커피 머신을 갖추고 최상품 커피를 특징으로 내세운다. 전 세계 2만여 스타벅스 매장 중 800여개밖에 없다. 원두 종류에 따라 6000원에서 1만2000원까지 커피를 판매한다.
엔제리너스는 지난해 11월 첫 번째 프리미엄 매장을 서울 세종로에 오픈했다. 엔제리너스가 보유한 28명의 큐그레이더(커피 품질에 따라 등급을 정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 중 5명을 세종로점에 배치해 맞춤형 커피를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 전문점이 보편화되면서 커피에 대한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있다”며 “가격에 방점을 찍는 커피가 있는 반면 품질이나 매장 공간을 강조하는 커피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기획] 커피시장 分化… 더 싸게 실속형 1500원 ‘가격 만족’- 더 좋게 고급형 12000원 ‘취향 충족’
입력 2015-02-04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