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자전거 도난을 신고한 아버지가 미적대는 경찰 대응을 참다못해 범인을 직접 잡았다.‘사소한 도난 사건도 적극 수사한다’며 생활범죄전담팀을 가동한 경찰청은 머쓱해졌다.
3일 인천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인천 서구의 한 빌라에 사는 A씨는 현관 앞 복도에 세워둔 딸의 자전거를 도난당했다며 지난달 29일 집 근처 지구대에 신고했다. A씨는 신고 전 빌라 진입로에 설치된 CCTV에서 10대로 보이는 청소년이 자전거를 가져가는 장면을 확인했다. 신고 다음 날인 30일 서부서 강력팀 형사가 A씨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언제쯤 조사가 가능하냐’는 A씨의 질문에 이 형사는 ‘갈 때 연락하겠다’고 답했다. 기약 없이 연락만 기다릴 수 없었던 A씨는 그날 밤 10대가 많이 이용한다는 중고물품 매매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어 31일 오전 3시30분쯤 모 사이트에서 B군(15)이 훔친 자전거를 매물로 올린 것을 발견했다.
A씨는 곧바로 ‘자전거를 사겠다’고 연락해 B군을 만난 뒤 “사실은 내가 자전거 주인”이라며 B군을 붙잡아 지구대로 넘겼다. A씨는 “B군에게서 자전거를 훔치기 전에 범행 장소를 7차례나 찾아왔다는 말을 직접 들어 치밀하게 준비된 범행이라고 판단했다”며 “경찰에 처벌을 원한다고 이야기했지만, 경찰은 B군의 부모가 오자 조금 있다가 함께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정균 서부서장은 “B군이 중학생이어서 부모랑 같이 나오도록 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미적대는 경찰 속터져… 아빠가 자전거도둑 직접 잡았다
입력 2015-02-04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