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한 빅데이터, 과신하면 큰 위험”… CNN 인터넷판 보도

입력 2015-02-04 02:29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인해 의사결정 수단으로 최근 광범위하게 각광받고 있는 ‘빅데이터’(big data·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된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가 그 유용성만큼이나 ‘큰 위험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CNN 인터넷판은 2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재단 연구원 콘스탄틴 카케스를 인용해 빅데이터가 사회·경제적 가치를 측량해 특정 사안을 판단·결정하는 데 유용하지만 과신한다면 “방대한 데이터의 양 때문에 오히려 더 큰 그림을 놓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빅데이터는 많은 공공 분야에서 ‘증거기반 정책’을 수립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발간된 백악관 보고서는 “빅데이터가 시민의 경제적 역동성을 활성화해 진보의 역사를 촉진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카케스는 이 같은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려면 “개인의 사생활과 공정성, 형평성, 자율성 등 여러 핵심가치 사이에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음에도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고서는 간과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빅데이터의 정량 분석에는 여러 한계가 발생하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의 사용이 때로는 아예 정보가 없는 것보다도 더 위험하고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 말 뉴욕타임스에 실린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의 사례에 주목했다. 구글에서 야후로 이적한 스타 경영인 메이어는 사내 모든 직원의 분기별 실적 데이터에 대해 1∼5등급으로 순위를 매겨 성과를 독려하고 실적이 부진한 직원을 걸러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인원은 소수에 불과해 경쟁을 의식한 직원들이 더 이상 협업을 하려 하지 않았다. 팀워크는 와해돼 버렸고 메이어는 자신의 방식을 포기해야 했다.

이처럼 단순히 양적 측정기술로 성과를 환원하려는 노력은 어느 순간 잘못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빅데이터 회의론의 핵심이다. 이밖에 숙련도나 기술적인 부분 등을 수치화하는 문제, 세부적인 데이터 수집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결과를 조작·호도할 수 있다는 점도 빅데이터 활용의 난점으로 평가된다. 이를테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서비스 만족도에 대한 고객 평가가 형식적 답변과 데이터 위·변조로 인해 기업의 판단준거로 온전히 작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때문에 빅데이터만으로 답을 구하기 어려운 가치판단, 맥락, 가산치가 고려돼야 할 의사결정의 경우 마냥 “자료가 풍성하다”는 이유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맹신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