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과일, 국산 가격 떨구며 시장 먹어치워… 체리, 포도·참외 야금야금-바나나, 사과·단감·배 잠식

입력 2015-02-04 02:14
국내산 과일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시장 개방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과일에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동일 품목에 대한 개방을 막았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소비 시기가 비슷한 경우 동일 품목이 아니더라도 다른 종류의 수입산 과일이 국내산 과일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의 ‘수입과일과 국산과일의 품목별 소비경합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바나나, 오렌지, 포도, 체리 등 주요 수입 과일의 물량이 10% 증가하면 국내산 다소비 과일 품목의 가격은 0.5∼1.0%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연이 1996년부터 2014년까지 계절별로 주요 과일과 과채류의 물량과 가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품목에 대한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국산 과일이 해당 국내산 과일을 대체하면서 수요가 감소한 것이다.

계절별로 수입 과일과 국산 과일의 대체 관계를 분석한 결과 봄·여름에 외국산 포도와 체리가 수박, 참외, 포도를 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나나와 오렌지는 4계절에 걸쳐 국내산 배와 단감, 사과, 감귤 등의 소비를 줄였다. 예를 들어 여름철 체리 수입 물량이 10% 증가했을 때 국산 포도와 참외 가격은 각각 0.4%, 0.3% 하락했다. 바나나의 경우 겨울에 수입 물량이 10% 늘어나면 배와 단감 가격을 각각 0.5%, 1.0% 떨어뜨렸으며 봄에는 수박(0.7%), 여름엔 포도(0.6%), 가을엔 사과(0.8%) 등의 가격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됐다.

조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