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푸른교회 강경구(53) 목사는 1년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낸다. 국내에서 6개월을 목회하고 해외에서는 6개월간 집회를 인도하기 때문이다. 예장 합동 측 목사로는 드물게 성령 집회 형식이다. 벌써 올해로 23년째. 비행기 이동거리만 600만㎞. 4만㎞가 지구 한 바퀴라면 그동안 150바퀴를 돌았다. 미국을 비롯해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을 다니며 복음을 전했다. 미국은 와이오밍주와 몬태나주를 제외한 48개주를 누볐다. 거기서 얻은 아이디어로 6년 전엔 구미 최초로 국제학교를 세웠다. 지난달 30일, 구미시 부곡동 필그림크리스찬국제학교에서 강 목사를 만났다.
“1993년 미국을 처음 갔습니다. 여행을 겸한 방문이었는데 수요 저녁기도회 설교를 시작으로 여행은 전혀 못했고 집회만 인도했습니다. 주님은 말할 수 없는 은혜를 부어주셨습니다.”
1년의 절반을 해외 집회로 보내는 계기를 묻자 강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첫 집회는 시카고순복음교회였다. 교회 담임목사는 여행 온 그에게 “고향 소식을 전할 겸 설교를 하시오” 했다. 그렇게 강단에 올라 말씀을 전했는데 신자들은 눈물바다가 됐다. 그 후 한 달을 머물며 집회를 인도했고, 가는 곳마다 회개와 눈물이 넘쳤다.
강 목사는 87년 구미시 도량동에 천막을 치고 교회를 시작했다. 전도사 시절이었다. 아무 가진 것 없던 그는 기도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며 동네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생활비가 없어서 밥을 굶는 건 예사였다. 악성빈혈도 심했다. 10일, 20일 금식기도를 밥 먹듯 했다.
그러다 천막교회에서 기도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졌다. 주민들은 “도량동에 젊은 부부 도사가 나타났다”고 얘기했고 암 환자 등이 찾아오며 나았다. ‘도사’ 소문은 더욱 확산돼 어른들도 모이기 시작했다.
“당시 주일학교 어린이는 100여명 정도 됐습니다. 아이들은 10원, 50원짜리 동전으로 헌금을 했고 저는 그 돈으로 쌀을 팔아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기도 중에 하나님이 꿈을 주셨어요. 5대양 6대주에 복음을 전할 것이란 음성이었어요.”
강 목사는 그렇게 5년을 기도했고 마침내 6년 째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하지만 그 사이 강 목사의 꿈 이야기가 허황되다며 교회를 떠난 성도들을 지켜봐야 하는 아픔도 겪었다. 강 목사 역시 기도 응답이 없자 낙심했다. 그랬던 강 목사는 중국 선교사를 만나면서 미국 여행길에 올랐다.
그는 “하나님은 기도하는 사람에게 꿈을 주셔요. 그런데 그 꿈은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꿈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을 의지해야 합니다” 했다.
그때부터 강 목사는 미주 한인교회를 다니며 부흥회를 인도했다. 그렇다고 은사 집회는 아니었다. 철저히 개혁주의 신학의 바탕과 성경 본문에 최종 권위를 가지고 설교했고, 어떤 본문으로 말씀을 전하더라도 그리스도를 주인공으로 결론지었다. 2012년엔 뉴욕 타임스 스퀘어 거리에서 붕어빵을 나눠주며 두달 간 전도했다. 팥 대신 슈크림을 넣어 미국인 입맛에 맞췄다. 붕어빵은 히스패닉 이민자들에게 히트를 쳤다.
강 목사는 미국 역사를 꿰뚫고 있었다. 그는 “청교도 신앙이 부패하면 하나님의 사람들이 일어나 회개운동을 시작하고 부흥 했다”며 “그런 역사를 살펴보면서 기독교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10년 전부터는 구미푸른교회 신자들과 함께 미국 청교도 신앙과 대각성 운동의 진원지를 방문하고 있다. 강 목사는 “목회는 성공이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목사 자신부터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자녀를 제자 삼아야 한다”며 “미국 교회는 자녀 제자 삼기에 실패해 교회당이 비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단언하는 데는 강 목사가 미국교회의 실상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교회당은 거대한데 성도들은 노인만 수십 명 남아있는 곳이 많았다. 그들은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조명을 끄거나 난방도 없이 예배를 드렸다.
그는 이 같은 미국교회의 이면엔 부모가 자녀를 제자삼지 못한 결과가 있었다고 보고 국제학교에 올인했다. 2009년 설립한 필그림크리스찬국제학교는 미국 보수 기독교대학인 펜사콜라크리스천칼리지의 커리큘럼과 학제를 도입해 한국 분교로 출발했다. 100% 영어로 강의하며 졸업하면 월 100만원에 수업료와 생활이 가능한 크리스천대학과 주립대 등에 유학을 보내고 있다.
“학교는 1주일에 12번 예배를 드립니다. 지금까지 100여명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의대에서도 10여명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모두 신앙으로 자랐습니다. 그래서 희망이 있습니다.”
인터뷰 끝에 그는 천막교회 당시 고생했던 얘기를 더 풀어놓으며 목회자들에게 당부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하나님의 종이라는 자부심과 자존심을 잃지 마십시오. 그리고 주님이 주신 꿈을 좇으세요. 주님이 이루실 것입니다. 그 확신을 붙잡으세요.”
구미=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1년에 절반 해외서 집회 인도, 가는 곳마다 눈물·회개… 경북 구미푸른교회 강경구 목사
입력 2015-02-05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