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진 “지켜봐달라” 했지만 우려는 여전

입력 2015-02-04 02:40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이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지하의 한 식당에서 열린 취임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자격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온 한예진(44)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한 감독은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지하의 한 식당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물러나지 않고 열심히 할 것”이라며 “지켜봐주시고 잘못한 게 있다면 그때 가서 혹독하게 질책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2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임명한 이후 오페라계는 한 감독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페라 단체를 책임질 인물로는 전문성과 경륜이 부족하다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한 감독은 이날 자신을 둘러싼 오해와 소문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그는 “한국은 일단 어리면 경험이 없다고 보지만 외국에서는 열정 있게 일할 것이라 기대한다”며 정서 차이를 거론했다. 또 경력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임 감독들도) 국립오페라단 기관장으로서 경력을 갖춘 사람이 몇 분 되지 않았다”면서 “그분들 역시 이전에 기관장 역할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나와 비슷한 조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자신의 경력과 학력도 해명했다. 한 감독은 이탈리아 밀라노베르디국립음악원으로 유학을 가기 전 충남대 성악과에 한 학기 정도 다녔다고 밝혔다. 또 이탈리아에선 카스텔란자 등 작은 지역의 야외 페스티벌이나 독창회 등의 무대에서 주로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가수가 아니라 해외 경험이 많을 뿐”이라며 “소극장에서 한 번 기획 공연을 올린 것 빼고는 오페라 제작 경험도 없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한 감독 임명 당시 “현장 경험이 많아 세계 오페라계의 흐름을 파악하는 안목과 기량을 갖췄다”고 밝힌 바 있다.

문체부에 제출한 이력서에서 상명대 산학협력단 특임교수 경력을 실제보다 1년 많은 2013년으로 잘못 기재한 것도 ‘오기’라고 재차 강조한 뒤 “부풀려봤자 실익 없는 경력”이라고 덧붙였다.

한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공연 횟수 확대, 오페라와 미술·패션 등을 융합한 공연물 제작, 한국적 소재에서 벗어나 현대적 창작 오페라 제작 등을 올해 국립오페라단의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오페라계는 “뜬구름 잡는 소리”라며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한 원로는 “음악이라는 본질을 떠난 채 얘기하고 있다”며 “제작 경험 없이 성악가로 무대에만 오른 티가 난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한 감독 임명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회견장 진입을 시도하다 막으려는 국립오페라단 직원들과 소란을 빚기도 했다. 한 감독은 뒷문으로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