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중학교, 무료로 학업 재개… 만학도 몰려 인기

입력 2015-02-04 02:46
“많이 늦었지만 중학교 공부를 할 수 있다고 기대했는데 합격이 안돼 아쉽네요.”

전북 전주에 사는 S씨(54)는 지난달 40여년 만에 한 중학교에 입학원서를 냈다. 학교는 다음 달 14일 개교하는 전라중 부설 방송통신중학교였다. 가정형편상 중단했던 학업을 무료로 다시 할 수 있다는 설렘에 지원서를 냈지만 떨어지고 말았다. 모집 정원이 60명에 응시자가 256명이나 됐기 때문이다.

학업 기회를 놓친 만학도들이 학교마다 대거 몰리면서 방송통신중학교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과 전북 전주, 강원 춘천·원주·강릉, 경남 진주 등 6곳에서 방송통신중이 문을 연다.

지난달 학교별로 입학 지원서를 받은 결과, 응시자가 모집 정원보다 대부분 4배 가까이 많았다. 경쟁률을 보면 전주가 4.3대 1로 가장 높았고 강릉(강릉중) 4.2대 1, 춘천(남춘천중) 3.8대 1, 원주(원주중) 3.6대 1을 기록했다. 진주(진주중)는 3.5대 1, 전 학년을 모두 뽑는 서울은 2∼3학년이 미달이었지만 1학년은 2.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배움의 때를 놓친 50∼60대들이 대거 지원한 탓이다. 전주의 경우 최고령 76세부터 70대 11명, 60대 73명, 50대 141명 등 장년∼노년층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연장자 우선 선발 조건 때문에 60대라도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전주의 경우 61세에서 당락이 갈렸다. 이에 40∼50대는 1∼2년 내 입학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한 응시자는 “큰 맘 먹고 다시 공부하려고 했는데 내년에도 또 떨어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원자가 넘치자 강원도 3개 지역은 당초 60명이던 선발 인원을 30명씩 늘려 모집했다. 다른 지역도 학급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만학의 꿈을 이루고 싶은 분들이 많이 몰렸다”며 “더 많은 분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학급 증설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중은 공립중학교로 무료 운영된다. 성인은 물론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 등에게 학력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2013년 처음 문을 열었다. 같은 해 대구와 광주 대전, 경기(수원, 의정부), 경남(창원) 등 6곳에서 문을 열었고, 다음 달 개교하는 6곳을 합치면 모두 12곳이 운영된다.

이들 학교는 학급당 30명씩 3년제로 운영된다. 2010년 통계청 조사 기준 중학 학력을 취득하지 못한 사람이 전국에 358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방송통신중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