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홍성헌] ‘크림빵 뺑소니’ 현장 단서만 잘 챙겼어도…

입력 2015-02-04 02:24

‘현장에 답이 있다.’ 이는 경찰 수사의 기본이다. 현장에 떨어진 한 가닥의 머리카락이나 발자국, 담배꽁초가 범인을 잡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하지만 국민적 공분을 샀던 ‘크림빵 뺑소니’ 사망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 현장에서 사고차량의 파편을 확보해놓고도 엉뚱한 차량을 추적하느라 시간과 수사력을 허비했고,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3일 충북 청주 흥덕경찰서에 따르면 뺑소니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10일 사고 현장에서 부서진 차량 파편을 수거했다. 경찰은 당시 이 파편은 윈스톰 차량의 안개등인 사실까지 확인했다. 윈스톰은 강모(29)씨를 치어 숨지게 한 사고차량이었고 이 파편은 강씨와 충돌하는 순간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경찰은 이 파편을 무시한 채 사고와 무관한 흰색 BMW5 승용차를 용의차량으로 지목했다. 사고 현장 전방 700m 지점에 위치한 CCTV에서 사고 발생시간 4분 뒤에 BMW 차량이 통과하는 것이 찍혔다는 이유였다. 피의자는 당시 사고를 낸 뒤 370m를 가다가 우측 골목길로 방향을 틀어 달아났다. 따라서 BMW가 찍힌 CCTV에서는 윈스톰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경찰은 사고차량이 경로를 바꿨을 것이라는 의심조차 하지 않고 직진했을 것이라고 단정해버렸다. CCTV만 믿고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윈스톰 파편은 철저히 무시한 것이다. 사소한 오판과 속단 때문에 수사는 초기부터 철저하게 꼬였다. 결국 기본을 지키지 않는 바람에 범인을 잡는 데 19일이나 걸렸다. 총체적인 부실 수사였던 셈이다. 만약 BMW 차량 소유자를 잡아들였다면 이 또한 심각한 인권유린이 될 뻔했다. 경찰은 그나마 수사력이 부족해 BMW 차량 소유자를 찾아내지 못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처지다. 박세호 흥덕경찰서장은 “수사 방향을 잘못 판단했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청주=홍성헌 사회2부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