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샵 위조문서에 대기업도 속았다

입력 2015-02-04 02:44
가짜 증명서 93장을 만들어 판 이모씨가 포토샵으로 위조한 졸업증명서. 종암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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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인 A씨(30)는 지난해 인터넷 서핑을 하다 이런 광고글을 봤다. 졸업·성적증명서부터 가족관계증명서까지 각종 공문서를 완벽히 위조해준다는 거였다. A씨는 대기업 계열사의 장애인 특별채용 지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실업계 고교를 졸업한 기록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터였다. 글에 적힌 휴대전화번호로 연락해 고교 생활기록부를 인문계 고등학교 것으로 조작했다. 그는 이렇게 위조한 서류를 회사에 제출했고 채용됐다.

‘초졸’ 학력이 콤플렉스였던 정모(52·여)씨도 정기 모임을 갖는 계원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고교 졸업장을 위조해 달라고 의뢰했다. 학점이 낮아 고민하던 대학생 정모(28)씨는 부모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가짜 성적증명서를 요청했다.

이들의 의뢰를 해결해준 건 이모(28)씨였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에 ‘위조 광고’ 글을 올렸다. 각종 증명서 93장을 위조해주고 장당 30만∼50만원씩 받아 모두 2500여만원을 챙겼다. 이씨는 자신의 예비군 훈련을 직접 위조한 병원 진단서로 연기하기도 했다.

그에게 위조 방법을 가르쳐준 건 인터넷이었다. 간단한 포토샵 조작으로 문서를 위조하는 방법을 터득해 이런 ‘장사’를 해왔다.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사용하고 위조한 서류는 퀵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직접 만나 전달했다. 그러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이씨를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A씨 등 의뢰인 8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인력파견 업체를 운영하다 사업 실패로 수천만원 빚더미에 앉았고 빚 독촉에 시달려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