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질싸움 끝내고 제1야당다운 경선 모습 보여라

입력 2015-02-04 02:15
새정치민주연합 2·8전당대회에서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이 갈수록 저질로 빠져들고 있다. 흥행참패 수준을 넘어 아예 국민들의 냉소 대상으로 전락하는 듯하다. 정당 경선 과정에서야 늘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저급한 단어로 상대방에 공격만 해대는 등 수권을 향해 질주하는 제1야당의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이번 경선은 시작부터 친노 대 비노, 호남 대 비호남 등 정책이나 수권 능력보다는 당파·지역 싸움으로 점철됐다. 또 당명 개정 문제, 호남 총리 발언, 자치단체장의 특정 후보 지지 문자 발송 등을 놓고 상대방 깎아내리기 공격만 있었다. 2일과 3일 잇단 TV토론회와 언론 인터뷰에서는 문재인 박지원 이인영 후보의 입에서 ‘비열’ ‘무능’ ‘횡포’ ‘저질’ ‘수준 이하’ 등의 막말들이 터져 나왔다. 호남적자 경쟁은 남들이야 ‘호남당’으로 부르든 말든 당대표를 가져가겠다는 좁은 시각만 드러냈다.

제1야당의 대표 경선은 손톱만큼도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지금 여론의 관심은 연말정산이나 증세, 건강보험, 계층 갈등, 아동 학대 등 굵직한 현안에 쏠려 있다. 경선 과정에서는 이런 어젠다들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후보들은 국민들이 아무런 관심도 없고 내용도 잘 모르는 경선 룰 개정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는가 하면 ‘김대중 대 노무현’ 구도를 형성시켜 내일을 향한 경선이 아니라 과거로 회귀한 싸움만 벌이고 있다. 이러니 어찌 일반 국민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끌 수 있겠는가. 오히려 후보들의 깜냥 미달과 제1야당의 허접한 내공만 내보일 따름이다. 갑자기 치러진 여당 원내대표 경선보다도 훨씬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광주·전남북 유권자 대상의 한 여론조사에서 ‘전당대회에 관심 없다’가 66.3%나 나왔겠는가.

대표 경선 후보들의 과거 이미지나 운동권 이미지도 관심 밖 전당대회의 한 요인이다. 후보들의 주장은 늘 퇴행적 언어로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 마치 폐쇄된 마당 안에서 자기들끼리 땅따먹기 싸움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흥행, 감동, 비전이 없는 3무 전당대회’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나올 만하다.

작금의 정치상황이라면 이번 경선 과정에서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의 승리를 기약하는 꿈과 전략이 나와야 한다. 여권이 저렇게 바닥을 기고 있는데 반사이익조차 챙길 수 없는 현실에 야권 성향 유권자들은 무척 서글프다.

제1야당은 역동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고 국정에 활력이 돌아 많은 유권자들에게도 다음 선택을 생각할 여지를 준다. 전당대회 남은 기간이라도 당파적 싸움, 기득권 지키기 싸움이 아닌 제1야당 대표 후보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것이 야당 성향, 나아가 중도 성향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