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 김 대표 ‘증세’연설에 뭐라 답할 텐가

입력 2015-02-04 02:16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야당 대표연설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청와대와 정부를 비판하는 수위가 높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선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썼다. 김 대표는 복지 수요를 줄이든지, 증세를 하든지 정부에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김 대표는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국민 권리로서 혜택을 누리려면 국민 의무인 납세라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당 대표까지 증세를 요구하는 마당에 정부는 여전히 ‘증세 없이도 복지가 가능하다’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어서 그렇다고밖에 해석이 안 된다. 정부와 청와대 내에서 어느 누구도 선뜻 궤도 수정의 필요성을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러니 대통령과 국민의 거리가 갈수록 멀어지는 게 당연하다. 담뱃세 인상에 이어 연말정산 파동,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및 지방재정 개혁 시도에 이르기까지 증세가 분명한데 청와대와 정부만 아니라고 하니 여당까지 참다 참다 반기를 든 것이다.

증세 없이 복지가 가능하다면 금상첨화다. 박근혜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한 추가 세수로 늘어나는 복지재원 확보가 가능하다고 봤다. 국내총생산 대비 26%에 이르는 지하경제 규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8%로 줄이기만 해도 5년 임기 동안 25조∼30조원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에 근거한 것이다. 지하경제는 반드시 손봐야 하겠으나 당장 세수 확대를 여기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현 정부 들어 국가재정은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임기 첫해 8조5000억원이던 세수 결손 규모는 지난해 11조1000억원으로 30.5% 급증했다. 복지정책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방증이다. 복지 재정이 필요하다면 거위가 아프지 않게 털을 뽑는 꼼수를 부릴 게 아니라 국민 앞에 당당하게 이해를 구하는 게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다. 김 대표가 얘기하려는 바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