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불황과 로또

입력 2015-02-04 02:10

로또복권에 얽힌 일화는 많다. 당첨자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지난달 3일 새해 첫 로또 추첨에서는 4명이 1등 당첨번호 6개를 모두 맞히는 대박을 터뜨려 39억여원씩 받았다. 1월 둘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는 각각 11, 12, 13명이 1등에 당첨돼 1인당 14억여원, 12억여원, 10억여원씩 챙겼다. 마지막 주인 31일에는 1등 8명이 탄생해 18억여원씩을 받았다. 어김없이 화제의 당첨자들도 나왔다. 마트 계약직 직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셋째 주에 마트 직원인 50대 주부가 1등에 당첨된 데 이어 마지막 주에는 또 다른 마트 직원인 40대 가장이 행운을 잡았기 때문이다.

40대 가장은 당첨후기 게시판에 ‘손이 부들부들 떨려요∼1등 됐네요!’란 제목의 글을 올려 “정말 뭐라 형언할 수 없이 기쁘다”며 “꿈이 아닌가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50대 주부는 ‘간절했던 로또 1등 당첨됐습니다!’라는 글에서 “저는 현재 마트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고 남편은 일용직으로 근무하고 있다”며 “집안 형편이 많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만 같다”고 기쁨을 표했다.

로또는 팍팍한 살림살이를 하는 서민들에게 희망이 돼 주곤 한다. 인생역전의 발판이 되리라는 생각에서다. 경기 침체로 로또 대박을 꿈꾸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로또 판매 수입이 10년 만에 3조원을 재돌파한 게 이를 방증한다. 최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의 잠정 집계 결과, 2014년 로또 판매 수입은 1년 전보다 4% 증가한 3조996억원이다. 로또 출시 직후인 2003년 3조8000억원, 2004년 3조2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인기가 좀 시들해지면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9년 연속 2조원대로 떨어지다 다시 3조원을 웃돈 것이다.

복권은 불황 때 더 많이 팔린다는 속설이 맞는 것일까. 경기 동향과의 특별한 연관성은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질수록 복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듯하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