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베트남 ‘녹색’을 꿈꾸다

입력 2015-02-04 02:40 수정 2015-02-04 18:00
베트남 중부 꽝남성 호이안 인근의 한 유기농 채소 농장에서 현지 농부가 상추 모종을 심고 있다. 화학비료와 농약의 생산·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베트남에선 고급 식자재로서의 유기농 식품이란 개념이 도입되기 전부터 유기농이 성행했다.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끌어들이는 이 농장은 맞춤형 친환경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 근교 박닌성 티엔두시 푸울람 마을에서 현지 주민이 쓰레기 더미를 뒤져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을 골라내고 있다. 재활용품 공장이 밀집된 이곳은 환경오염이 특히 심각한 지역이다.
왼쪽은 하노이 근교의 목공예 공방. 기업화되고 있는 가내수공업도 환경오염의 또 다른 원인이다. 오른쪽은 실무진 워크숍에서 현지상황을 설명 중인 구엔 딴하 프로젝트 매니저. 그의 뒤로 호찌민 전 베트남 국가주석의 흉상이 보인다.
짙은 스모그에 휩싸인 하노이 중심가 전경. 대기환경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베트남의 과제다.
꽝남성 릉 쯔아 마을 워터코코넛 군락 사이에서 현지인들이 전통보트 춤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생태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이 물 속 숲은 베트남전쟁 때 베트콩들의 주요 은신지역이었다. 흥겨운 수상공연의 공간도 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만들어진 물 위의 공터다.
한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전환한 세계 유일의 사례다. 그런 만큼 ‘한강의 기적’은 개발도상국들 사이에선 국가발전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꼽힌다. 아시아의 새로운 용을 꿈꾸는 베트남에서도 현재 한국 따라하기가 한창이다.

베트남에 대한 한국의 국가원조는 현금원조가 주축이지만, 2년 전부터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의제를 설정해주는 종합컨설팅 지원사업이 최초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개발도상국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일환으로 베트남 계획투자부와 협약을 맺고 추진 중인 ‘베트남 국가녹색성장전략 마스터플랜 수립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사업 발주처인 사단법인 환경과문명(대표 정회성)은 베트남이 지금까지 연평균 7%에 이르는 성장과정에서 환경오염이 심각해졌고, 해수면 상승 5대 피해예상국의 하나라는 점을 감안해 지속가능한 지역 성장전략 및 실행계획 수립을 돕고 있다. 특히 지난달 27일부터 일주일 간 진행된 현지실사는 권역별 거점지역을 선정해 맞춤형 개발전략을 수립하고, 그 실질적 이행을 위한 세부사업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달 28일 하노이 인근 박닌성(省) 지방 정부 사무소에서 만난 응우옌 푸옹 박 사업팀장은 “박닌성의 수십년 이후 친환경 발전상을 위해 한국의 전문가들이 도움을 주신데 감사한다”면서 “한국 측의 제안에 따라 중소기업환경연구원과 사회경제발전연구원 등이 설립됐고, 오는 10일부턴 녹색투자 박람회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풀뿌리 방식으로 차근차근 진행되는 친환경 성장을 조율할 베트남 중앙정부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국가 차원에서 올해를 온실가스 배출 감소의 원년으로 설정했다. 장재윤 KOICA 베트남 사무소장은 “국가 차원의 환경 분야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것 자체도 결코 쉽지 않은데 베트남은 정부의 의지가 있다”며 “사업기획 단계에서부터 짜임새 있게 추진 중인 이번 사업의 실행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해 5월까지 추진될 예정인 이번 사업은 국제원조의 원리가 고기를 잡아주던 방식과 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식을 넘어 지속가능하게 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이 겪은 시행착오를 베트남은 겪지 않기를 바라는 도움의 손길은 지금 양국의 미묘한 인연을 한때의 악연에서 미래지향적인 필연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박닌(베트남)=사진·글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