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도보여행은 내가 있는 곳에서 가장 멀리 오직 내 힘만으로 가기 위해 출발했다. 두 번째는 잘하고 있다 믿었던 일이 실은 엉망이었다는 것을 알고 도망치듯 떠났다. 그리고 세 번째, 네 번째… 길을 떠났다. 낯선 사람을 만났고 때로는 도움을 받았지만 길 위에서는 늘 막막했고 혼자였다. 한번은 국도를 걷다가 작은 가게를 발견하고 들어갔을 때다. “여기 있으면 국토대장정 하는 대학생도 있고 간혹 나이 든 사람도 꽤 보여. 다들 대체 왜 그런대요?”
이따금 그분의 질문이 떠올랐다. 무거운 짐을 지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그들이 가진 이야기가 궁금했다.
집채만한 배낭을 짊어진 사람은 작은 체구의 평범한 여자 ‘셰릴 스트레이트’였다. 영화 ‘와일드’는 그녀가 미국 서부를 종단하는 트레킹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사막을 지나고 산을 넘었고 극단의 추위와 더위를 견뎌야 했다. ‘여기서 그만둬도 돼!’ 속마음은 몇 번이나 그렇게 외쳤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며칠째 사람을 만나지 못한 그녀에게 한 농부가 말했다. 대체 왜 그러냐고. 그만두는 게 낫지 않으냐고. 하지만 잠시 후 그는 다르게 말했다. 내 인생은 언제나 중간에 그만둔 일투성이라고. 당신은 부디 끝까지 가길 바란다고.
그때부터 여정은 그녀만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어긋나고 멈춰버린 무언가를 떠올렸고 그녀가 다시 배낭을 들면서 휘청거릴 때마다 당신만큼은 멈추면 안 된다고 응원했다.
수많은 일들이 그녀를 무너뜨렸지만 다시 일으키는 힘은 단순했다. ‘인생의 길을 잃었을지라도 네가 가장 멋지다고 느꼈던 한순간을 붙잡아. 그러면 넌 언제나 아름다움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단다.’ 그 힘은 그녀 어머니가 들려준 이 이야기였다. 여정의 끝에서 다시 용기 내어 살겠다고 다짐하는 셰릴의 모습이 인생의 길을 잃고 방황하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것이다. 길을 걷는 일은 언제나 정직하므로.
곽효정(에세이스트)
[살며 사랑하며-곽효정] 길을 잃었을지라도
입력 2015-02-04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