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살해된 언론인 고토 겐지(47)에 대한 추모 열기가 일본에서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 지리적 제약과 상관없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토의 부인은 전날 영국 언론인 지원단체를 통해 “분쟁 지역에서 사람들의 고통을 전해온 남편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녀는 “남편은 특히 아이들의 눈을 통해 보통사람들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함으로써 전쟁의 비극을 우리에게 전하는 데 열정을 기울여 왔다”고 추모했다.
고토 겐지는 세계 각지 분쟁지역의 참상을 알려온 프리랜서 언론인이다. 특히 기독교인이면서도 이슬람 세계에 대해 편견 없이 접근하고, 고통받는 이슬람인들을 도우려 했던 ‘선인(善人)’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라크전쟁 때는 전투가 끝나고 치안이 악화돼 서방 기자들이 대부분 떠난 뒤에도 현지에 남아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연락이 끊기기 전 마지막 영상에서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는 시리아 사람을 원망하지 않으며 책임은 나 자신에게 있다. 일본의 여러분도 시리아 사람에게 어떤 책임도 지우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고토의 형 준이치(55)는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2년 전 중학생 아들이 받아온 추천도서목록에 동생의 책 ‘다이아몬드보다 평화를 원한다(2005)’가 들어가 있었던 일을 회고했다. 그 책에서 고토는 시에라리온 내전으로 부모를 잃은 소년의 삶을 조명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기자 기무라 마사코는 “경박한 단발성 뉴스가 쏟아지는 오늘날 고토는 목숨을 걸고 시리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IS는 어떤 존재인지를 전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이 시리아인들의 난민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군사적 재무장’을 꾀하는 것을 두고 “고토의 죽음조차 이미 안보 논의와 같은 정치적 게임에 이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아베 정권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도마에 올랐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첫 위협 영상이 공개됐을 때는 정부가 2명의 억류 사실을 안 시점으로부터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고 지적했다.
자국민이 IS에 억류된 사실을 알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중동 방문에서 IS와 관련한 대처에 2억 달러(2170억원) 지원 계획을 밝힌 것도 논란이 됐다.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 대표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의 이번 대응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동맹국의 선제공격 때문에 일본이 공격을 당한 경우에도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아베 총리는 “(무력행사 신3요건의 골자인) 국민의 생명, 자유, 행복추구권이 근저에서부터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日 “국민 안전 위협 땐 어디서든 집단 자위권 행사”
입력 2015-02-03 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