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한 게 정당한가.”(검사)
“하기(下機)를 지시하긴 했지만 기장에게 최종 판단을 넘긴 것이다. 하기 지시는 반성하고 있지만 안전에 위협이 되는 걸 알았다면 사무장을 내리라고 하지 않았을 거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결국 사건의 발단과 원인 제공은 승무원들에게 있다는 건가.”(검사)
“분명히 매뉴얼 부분은 잘못이다.”(조 전 부사장)
조 전 부사장은 2일 ‘땅콩 회항’ 사건 결심 공판에서 “죄송하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벌어진 건 승무원과 기장 때문”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검찰은 항공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한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회사 오너 장녀이자 부사장인 지위를 남용해 항공기를 되돌리는 사상 초유 사태를 야기하고도 반성과 죄의식이 희박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입 연 조현아…혐의 적극 부인=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오성우)는 오후 2시30분부터 8시간 넘게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 객실승원부 여운진(58) 상무, 국토교통부 김모(54) 항공안전감독관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그동안 “죄송하다”는 말 외엔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던 조 전 부사장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며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취지로 항변했다.
검사가 “견과류 서비스와 관련해 피고인은 승무원이 명백히 매뉴얼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냐”고 묻자 조 전 부사장은 “네”라고 답했다. 근거를 묻자 “당시 승무원은 물을 갖다달라는 저에게 콩과 버터볼 종지를 같이 가져왔다. 그건 명백한 매뉴얼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박창진(45) 사무장이 비행기에서 내린 책임은 기장에게 넘겼다. 검사가 “피고인의 위세에 사무장 등이 제압당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떠냐”고 묻자 조 전 부사장은 “그런 기내 난동이 있으면 기장에게 먼저 알리고 기장이 판단하는 걸로 안다. 이번엔 무슨 이유가 됐든 간에 그런 판단을 내리지 않은 것”이라고 맞섰다. 재판부가 “피고인은 ‘내가 왜 여기 앉아있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묻자 “그건 아니다”고 답했다.
박 사무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조 전 부사장과 대면했다. 사건 발생 두 달여 만에 처음이다. 박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은 힘없는 사람을 봉건시대 노예처럼 생각해 일방적 희생만 강요했고 진정한 사과 없이 남 탓만 한다”고 지적했다. 검사가 “관심사원으로 관리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실제 그런 시도가 여러 번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검찰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하면서 “실제 반성하고 있는지 심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중형을 구형한 데 대해 “피해 정도와 계획적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법정 태도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 상무와 김 감독관에게는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재판이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것은 일단 1심에서 집행유예로 조 전 부사장을 풀려나도록 한 뒤 항소심에서 형량을 다투려는 피고인 측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양측이 동의한 사실관계에 대한 법리 적용 문제만 남았기 때문에 재판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항공운항법이 사실상 준테러 행위에 적용되는 만큼 이번 사태에 적용하는 건 지나치게 무겁다는 취지로 항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속히 재판을 끝내 집행유예로 나오는 전략을 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 관련기사 보기◀
조현아“내리라 지시하긴 했지만…기장 책임”· 재판부“왜 여기 앉아있나… 이런 생각 하나”
입력 2015-02-03 03:27 수정 2015-02-03 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