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내사령탑이 2일 새로 꾸려지면서 향후 당청관계 변화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여권에서는 ‘한 식구’인 당청이 불편한 동거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추구하는 ‘수평적 관계’에 청와대가 호응할지도 주목된다. 대야 관계는 유 원내대표의 ‘중도개혁’ 성향을 감안하면 오히려 유연해질 전망이다.
◇콩가루 아닌 ‘찹쌀가루 집안’ 될까=유 원내대표는 “당이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청와대 주도의 당청관계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 원내대표의 비판적 스탠스 때문에 건강한 긴장 관계에 그치지 않고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유 원내대표가 지난해 10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외교안보팀을 ‘청와대 얼라(어린아이의 방언)’라고 지칭하면서 날을 세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를 향한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저리의 주택대출 정책, 건강보험료 인상, 국공립 어린이집 증설 등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협의 과정에서 ‘당정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박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레임덕(권력누수)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3년간 세어보니 3∼4번밖에 쓴소리를 안 했다”면서 “당청이 콩가루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대통령과 진정으로 소통해서 청와대와 찰떡, 찹쌀가루 집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野, 유연한 소통 기대=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 정책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직접 나서서 청와대를 설득하겠다고 강조한 유 원내대표에 대해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다. 새정치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불통과 독단에 경고음을 울린 것”이라며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바로잡는 국회를 만드는 데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와 ‘닭띠 모임’으로 개인적 친분 또한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우 원내대표는 “이완구 원내대표 시절 못지않게 잘 대화하고 소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국가안보는 보수적으로 해도 경제, 노동, 복지, 교육, 보육 등 민생 전반에 걸친 문제는 너무 보수적으로 가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 자원외교 국정조사,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벌써부터 쟁점 현안이 많아 ‘허니문’ 기간이 조만간 끝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무성·유승민 ‘투톱’ 순항할까=김무성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투톱 체제’가 순항할지도 관심사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간 전략적 협력이 맺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박 대통령 당선을 도운 뒤 친박 진영과 소원해졌다는 이들의 공통점 또한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이례적으로 집권한 지 두 돌도 안 된 상황에서 원내사령탑이 비주류로 넘어가면서 당내 권력 지형도는 급속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 주류가 지난해 국회의장 후보 경선과 전당대회 패배, 지방선거 도지사 후보 경선에 이어 원내대표 경선에서까지 비주류에 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관이 뚜렷한 둘 사이에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이들은 이미 한 차례 어색한 기류를 연출한 적이 있다. 김 대표가 지난해 7월 당 대표 취임 직후 유 원내대표에게 사무총장을 맡기려고 삼고초려했으나 유 원내대표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 관련기사 보기◀
[여당 사령탑 유승민] 수직서 수평관계로… 靑 주도 국정운영 제동 예고
입력 2015-02-03 02:12 수정 2015-02-03 0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