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국이 종주국에게 예물을 갖다 바칠 때 쓰는 단어 조공(朝貢). 연예계에서는 “좋아하는 스타에게 (선물을) 조공한다”는 식으로 더 많이 쓰인다. 수천만 원 대의 고급 세단, 각종 전자제품과 명품가방, 의류 등 ‘조공’하는 물품이 상식의 선을 넘어서면서 비난의 화살을 맞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요즘은 응원의 마음을 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쌀을 기부하거나 성금을 내고 국내·외 이웃들을 돕는 나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우리 오빠’뿐 아니라 작품을 완성하는 모든 스태프들에게 함께 제공하는 간식차(푸드트럭)도 유행이다.
◇촬영 현장엔 푸드트럭이 뜬다!=최근 스타가 출연하는 프로그램 녹화현장에 빠지지 않는 ‘조공’ 품목이 간식차다. 1인당 5000∼1만 원대로 50인분 이상 주문하면 원하는 지역으로 배달해주고 서빙도 해주는 방식이다. 응원 메시지를 담은 플래카드와 스타 사진도 함께 걸 수 있다.
메뉴도 다양하다. 분식집에서 먹을 수 있는 대부분의 먹을거리가 올라온다. 떡볶이, 김밥, 어묵, 튀김부터 버터 오징어 구이나 와플, 소시지, 샌드위치 등 트럭 위에서 펼칠 수 있는 음식이라면 가능하다. 제철과일이나 팥빙수, 호빵 등 계절에 따라 메뉴도 바뀐다. 바리스타를 대동해 따뜻한 커피를 내려주기도 한다.
연예인 케이터링, 도시락 배달, 간식차 운영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떡모푸드트럭’의 김관훈 대표는 3일 “하루에 대여섯 건의 문의가 오는데 스케줄 상 모두 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팬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우즈베키스탄 팬까지 연락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11월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400회의 간식차 이벤트를 진행했다. 하루 1번꼴이다. 부산 해운대, 전남 최남단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김 대표는 “고가의 선물보다 ‘오빠’들의 기를 살려줄 수 있는 간식 선물이 팬과 스타 모두에게 만족감이 높다”고 했다.
스튜디오 녹화 현장의 경우 일부 팬들은 1인분에 3∼4만 원짜리 고급 수제 도시락이나 출장 뷔페를 ‘조공’하기도 한다. 근래 들어 스타가 스태프를 위해 직접 간식차를 부르거나 팬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는 이른바 ‘역(易)조공’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오빠의 가치는 내가 올린다” 팔 걷고 나눔 나서는 팬들=팬들은 스태프는 물론,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까지 살뜰히 챙긴다. 프로그램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도 스타의 이름이 박혀있는 볼펜이나 메모지, 사진기자들을 위한 카메라 액정용 수건, 기자들의 필수 아이템인 휴대폰 보조 배터리 등을 선물한다. “좋은 기사를 부탁 한다”는 명목이다.
스타의 기를 살리기 위해 시작된 조공은 사회 기부로도 이어진다. 스타 이름으로 쌀이나 성금을 기부하면서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던 팬들은 그 대상을 해외 구호 활동에까지 확장시켜 ‘조공’하는 추세다. 동남아시아 극빈국을 중심으로 우물을 파주는 붐도 일었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카이, 비스트의 윤두준, 이기광, 장현승, 틴탑의 니엘, 가수 이수영, 배우 정우 팬클럽 등이 스타 이름으로 캄보디아에 우물을 기증해 주민들이 맑은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아름다운재단 관계자는 “기부를 통해 스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사회 공헌 활동도 하는 격”이라며 “스타가 기부한 곳에 팬클럽도 따라 기부하는 모습이 가장 두드러진다. 이들은 꾸준한 기부 활동을 통해 나눔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간식車서 우물 기증까지… 착한 ‘연예인 조공’ 뜬다
입력 2015-02-04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