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과정 교회 도움받아 기독교 입교”

입력 2015-02-03 02:38

2010년 탈북한 김모씨는 중국에 머물 때 공안에게 체포될 뻔했지만 한 중국인 목사가 피신처를 제공해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도와준 이유를 묻자 그 목사는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김씨는 큰 감동을 받았고, 이후 교회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감리교신학대 신대원 안란희씨는 최근 발표한 석사논문 ‘탈북민들의 기독교신앙과 목회사역에 대한 연구’에서 국내 거주 중인 기독교인 탈북자 대부분은 탈북 후 교회의 도움을 받았으며 이것이 기독교 입교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탈북자 최초로 감신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안씨는 탈북자를 위한 목회전략 수립을 목적으로 국내 거주 중인 기독교인 탈북자 1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결과 109명(70%)이 중국 체류 중 교회를 접했고, 신변보호 등의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다.

기독교에 입교하게 된 동기로는 ‘국내 정착 지원 등 교회의 도움을 받으며 생긴 인간관계의 정 때문’이라고 답한 이가 72명으로 가장 많았고,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가 45명으로 뒤를 이었다.

안씨는 “탈북자들은 탈북 후 느끼는 공포와 문화차이에서 오는 고립감을 교회가 치유해 줄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회를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5%가 보호하고, 지원해 주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라고 답했다.

교회유형으로는 남한 성도와 탈북자가 어우러진 교회에 다니는 이가 152명으로 가장 많았다. 민족동질성을 느낄 수 있고, 남북 문화를 모두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13명은 탈북자가 없는 교회, 5명은 탈북자로만 이뤄진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고 답했다.

신앙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때 목회자나 성도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답한 탈북자는 100명이었으며, 70명은 ‘혼자 기도하거나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고 답했다.

안씨는 “탈북자들을 단순히 교회에 출석시키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들을 보듬으며 지속적으로 신앙훈련을 시킴으로써 통일 후 북한선교의 선봉으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문은 탈북자 출신 목회자의 조언도 담았다. 최바울(경기도 군포 한민족사랑교회) 목사는 “성도 수를 늘리기 위해 탈북자를 지원하면 장기적으로 기독교에 대한 반감만 키울 것”이라며 “먼저 이 땅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가르치고, 기독교 신앙과 교회에 대한 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