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부자 증세에 이어 기업의 해외 수익에 대한 과세를 추진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제출될 예산안에서 자국 기업의 해외 수익에 대한 과세를 골자로 하는 세제 개혁을 전면에 내세운다. 적극적인 증세와 재분배를 통한 소득불평등 해소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한 것이다. 공화당은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에 제출하는 2016회계연도(올해 10월 1일∼내년 9월 30일) 정부 예산안에서 자국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에 대한 과세를 통해 세수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1일 일제히 보도했다.
기업들이 국외에 보유하고 있는 수익유보금(수익에서 세금 포함 비용을 차감한 영업이익)에 14%를 과세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백악관 관계자는 “기업이 외국에 보유하고 있는 2조 달러(2204조원)의 수익유보금에 대한 세금 부과를 무한정 지연할 게 아니라 지금 바로 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2380억 달러(247조원)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백악관 추산이다.
더불어 향후 기업들이 국외에서 벌어들일 수익에 대해서도 19%를 과세하는 방침을 제시했다. 오바마 정부는 그간 기업들이 법인세(최고 35%)를 회피하기 위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결국 이번 해외 수익에 대한 과세 방침은 부자 증세, 월스트리트를 겨냥한 은행세와 같은 맥락에서 세금 누수를 막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를 자신이 제시한 무상교육과 어린이 보육 확대, 서민감세와 중산층 소득 증대 등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USA투데이는 “공화당에서는 이번 예산안을 두고 ‘DOA(dead on arrival·도착 즉시 사망)’라는 말이 유행하는 등 의회 승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해외 투자나 일자리 창출 등 기업 활동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공화당의 반대논리다. 폴 라이언(공화·위스콘신) 하원 세출위원장은 NBC방송에 출연해 “우리(공화당)는 정부와 세제 개혁 측면에서 함께 협조하고 싶지만 공통분모를 찾을 가능성이 없다면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안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의 예산안이 단순한 선전포고가 아니라 정교한 계산을 담은 ‘정치적 메시지’라는 시각도 있다. 미 의회전문지 ‘더힐’은 “대통령이 제출하는 예산안은 기본적으로 ‘내가 왕이라면 이렇게 할 텐데’라는 내용이기에 야당의 반발은 당연히 예상되는 일”이라며 “예산안에 담긴 ‘메시지’와 다양한 디테일들이 모두 협상의 도구이므로 세출위원회에서 다각도로 다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슈퍼리치’ 이어… 오바마 “해외서 돈 번 기업에도 과세”
입력 2015-02-03 02:51